[뒷북경제]한남더힐 '901만원→1,478만원'…종부세 올리면 집값 잡힐까


지난 13일, 정부가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9.13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벌써 여덟 번째 나온 부동산 대책이죠.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물론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머리를 맞대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시장 예상대로 고가주택 보유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고 특정 지역에 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때 대출을 조이는 등의 수단이 망라됐습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낸 ‘주택시장 안정대책’이라는 제목의 발표 자료는 A4 용지로 19장(표지 포함)에 이릅니다. 두툼한 정부 발표 중 세금 부분의 핵심은 역시 시장의 관심이 가장 큰 종합부동산세 개편입니다.

사실 정부가 종부세를 손 본 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세법 개정안에 종부세법 개편도 담아 이미 국회에 제출을 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을 잡지 못해 실패를 맛봤던 트라우마가 있는 청와대와 여당이 더 센 대책을 내놓으라고 주문을 넣었고, 정부는 이를 받아 자신들이 마련한 개정안을 불과 보름 만에 수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이번 9.13 대책입니다.

그렇다면 종부세가 어떻게 바뀌고, 만약 바뀐다면 ‘똘똘한 한 채’를 가진 1주택자와 서울·세종 등 전국 43개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가 부담해야 할 종부세는 얼마나 늘까요. 한 번 살펴 보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의 전용면적 84.94㎡ 짜리 집을 보유한 1주택자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집의 실거래가는 20억원대 초반이지만,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올해 공시가격은 13억1,200만원입니다. 종부세는 시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집니다. 현행 종부세법대로라면 이 집은 6억원 이하 과세표준 구간에 속합니다. 13억1,200만원에서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원을 빼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한 종부세 과세표준이 3억2,960만원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구간은 0.5% 세율이 적용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종부세는 48만5,888원. 종부세의 20%인 농어촌특별세까지 합한 실제 납부해야 할 종부세는 58만3,066원입니다.


그렇다면 9.13 대책이 반영된 내년 종부세는 얼마일까요. 우선 이 집의 공시가격이 지난해와 같은 비율인 10.07%로 내년에도 오른다고 가정하면, 공시가격은 14억4,4,08만원이 됩니다. 여기서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인 9억원을 빼는 것까지는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년부터 80%에서 5%포인트씩 올려 2022년 100%가 되도록 했습니다. 내년에는 80%가 아닌 85%가 적용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이 집의 과세표준은 4억6,246만원이 됩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6억원 이하이지만, 0.5% 세율이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6억원 이하 구간을 △3억원 이하 △3억~6억원으로 세분화해 적용 세율을 차등화했기 때문이죠. 3억원 이하면 0.5%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3억~6억원은 0.2%포인트가 높은 0.7%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는 122만1,885만원이 나옵니다. 농특세까지 합하면 146만6,262원이 최종 종부세가 되는 셈이죠. 결과만 놓고 보면 올해 58만3,066원이었던 종부세 납부액이 146만6,262원으로 껑충 뛰는 것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100%까지 오르기 때문에 종부세는 매년 큰 폭으로 뛸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의 전용면적 235.31㎡인 아파트를 볼까요. 시가로 43억원 정도 되는 초고가 아파트입니다. 공시가격은 올해 기준 31억8,400만원이고요. 앞선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이 집의 과세표준은 18억원입니다. 12억~50억원 구간에 들어가 현행 종부세 적용 세율은 1%이지만, 내년에는 같은 구간에 들어가더라도 0.4%포인트가 높은 1.4% 세율이 적용됩니다. 올해 901만원이었던 종부세는 1,478만원으로 500만원 가량 늘어나게 됩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번에는 9.13 대책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지역(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부는 서울 등 전국 43곳의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 2곳을 보유하고 있으면, 그 외 지역에서 3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사실상 간주하고 3주택자와 동일한 종부세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과세를 한다는 점에서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벌써 나오고 있지요.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84.99㎡)와 강남구 은마아파트(84.43㎡)에 총 2채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를 따져보겠습니다. 올해 아크로리버파크와 은마아파트 공시가격은 각각 15억400만원과 10억1,600만원입니다. 이들 공시가격의 총합은 25억2,000만원이 되지요. 1주택자가 아니기 때문에 9억원을 뺀 앞선 사례들과 달리 6억원을 공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해 구한 올해 과세표준은 15억3,600만원입니다. 현행대로라면 1%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럴 경우 올해 종부세는 912만2,701원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0.8%포인트 높은 1.8%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5%와 공시가격 상승 등을 적용해 구한 내년 종부세 예상액은 2,367만9,952원입니다. 1년 만에 종부세가 2배가 넘게 뛰는 것이지요. 소수점 한 자리수대로 세액이 올라가 얼핏 체감이 안 됐지만, 막상 이를 적용해보니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시중은행의 한 세무 전문가는 본인이 시뮬레이션을 해 놓고 그 결과를 보고 “사실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징벌적’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정부는 이번 9.13 대책에 담긴 종부세 개편안을 통해 추가로 들어올 세수를 4,2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전체 종부세 적용 대상자가 27만4,000명인데, 이 가운데 21만8,000명이 세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세수를 서민 주거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집값을 잡으려고 종부세법을 건드렸고, 그러다 보니 세수가 더 걷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금, 특히 종부세 과세를 징벌의 수단으로 동원해 집값을 잡으려는 발상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접근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것이지요.

‘징벌적 종부세’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소위 ‘값 나가는 집’에 사는 게 죄냐고 항변합니다. 주거 환경이 좋은 곳에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욕구입니다. 죄는 아니지요. 투기꾼들의 개입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값은 오르는 겁니다. 정책 당국은 뛰는 집값을 오기(傲氣)로 잡으려 하기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내어 가격을 진정시키는 시장 원리를 잘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투기꾼들도 세금 좀 더 내는 것보다 오히려 자신이 보유한 집 주변에 정말 좋은 아파트가 생겨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할 것 같습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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