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오르니 9월에는 무조건 장만하세요. 다음 달부터는 환율 할인 행사도 아예 사라집니다.”
지난 주말 예물 시계를 알아보기 위해 잠실 롯데월드 타워의 ‘브라이틀링’ 매장을 찾은 예비 신부 강모씨는 판매 직원으로부터 이같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판매직원은 “다음 달부터 브라이틀링에서 판매되는 모든 시계의 정가가 4% 가량 오른다”며 가장 인기 모델인 ‘내비타이머’ 청판 제품을 지금 구매할 경우 현금·카드할인을 모두 적용한 최종 할인가가 900만원이라고 안내했다. 현재 정가가 1,031만원인 이 제품은 다음달부터 정가가 1,070여만원으로 오르며 최종 할인가는 950만원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른 매장에도 문의해보니 매장 별로 다른 현금·카드 할인 정책 탓에 같은 모델이라도 실구매금액이 많게는 6% 가까이 차이가 나는 곳도 있었다. 강씨는 “예물을 10월에 구매하려고 했는데 시기를 앞당겨 이번 달에 사야 하나 조바심이 든다”고 말했다.
10월 본격적인 결혼식 철을 앞두고 명품 브랜드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 13일부터 악어·뱀 등 특피로 제작된 ‘이그조틱 레더 백’ 중 일부 악어 가죽 가방(7개 이상)의 가격을 10~20만원 가량 인상했다. 루이비통맨의 ‘LV벨트’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지면서 기존 65만원에서 소재에 따라 95만원까지로 변동됐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본사의 방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가격 변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계의 경우 브라이틀링 뿐 아니라 같은 수입사(명보 아이엔씨)의 다른 시계 브랜드(제니스, 위블로, 보메엔메르시에, 태그호이어)들도 다음달부터 가격이 오른다. 명보 아이엔씨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정가를 3%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결혼철을 앞두고 가격 인상 소식을 슬며시 흘려 예비 부부들의 불안감을 조성해 구매를 유도하려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봄·가을 결혼식 철마다 명품들의 릴레이 가격 인상이 계속되자 소비자들 가운데서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명품 브랜드들이 결혼식철이 아닐 때에도 연휴, 휴가철 등 명품 구매가 느는 때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사실상 ‘가격 인상철’은 따로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명품들이 가격 인상을 ‘반짝’ 매출 증대 전략이 아니라 ‘베블렌 효과(비쌀 수록 잘 팔리는 경제 효과)’를 이용한 장기적인 ‘고급화’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루이비통과 샤넬 모두 궁극적으로는 에르메스 자리를 넘보며 프리미엄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여러 차례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루이비통에서 가격을 올린 ‘이그조틱 레더 백’ 라인의 경우 가장 저렴한 제품이 ‘카퓌신 미니’로 1,000만원 대에서 시작하는 초고가 라인이다. 가격이 오른 대부분의 제품은 5,000만원대로 초고가다. 이 가운데 뱀피로 제작된 ‘파이톤’ 제품은 이미 지난 3월 한 차례 인상된 바 있다.
주로 5·11월에 가격을 올리는 샤넬의 경우 오는 11월에도 일부 제품의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가격이 오를 경우 지난해부터 5번째 가격 인상이다.
/변수연·허세민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