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막하자는 거죠' 발언으로 화제…김영종 검사, 한국당行

黨 "기개있는 검사" 윤리감사위원장에 발탁
현정부 들어 검사장 승진 누락…검찰 떠나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7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김영종 전 검사(사법연수원 23기)를 윤리감사위원장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검사는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마련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대통령께서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왜 전화하셨느냐”고 물었던 검사다. 노 전 대통령은 답변 과정에서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고 어이없어하며 격한 반응을 보였고, 이 장면은 전국에 생중계돼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김 전 검사는 이후, 2008년 청주지방검찰청 영동지청장을 거쳐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등 여러 요직을 역임했으나, 지난해 8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됐고 “검찰의 진정한 봄날을 만드는 데 제대로 기여하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는 사직 인사를 남기고 검찰을 떠났다. 당 관계자는 김 전 검사 임명과 관련해 “굉장히 기개 있는 검사고 동기 기수 중에서도 선두를 달렸지만 현 정부 들어 인사에서 누락됐고 검찰을 떠났다”며 당의 윤리감사를 맡을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당은 김병준호(號)의 당조직 정비를 책임질 당무감사위원장에 황윤원 중앙대 교수를 임명했다. 황 위원장은 추석 전 착수될 당무감사를 하게 된다. 이번 당무감사에서 당협위원장이 교체되면 2020년 총선 공천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황 위원장의 당무감사는 한국당 인적 청산의 효시로 분석되기도 한다. 특히 당의 사정기관 주체인 윤리감사위원장과 당무감사위원장을 한꺼번에 임명한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 등에서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심사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당은 중앙여성위원회 위원장에 송희경 의원을 임명했다.

‘검사와의 대화’는 2003년 3월 9일, 노무현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 정부중앙청사 19층 대회의실에서 검찰 개혁 등을 주제로 평검사들과 토론을 벌이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이는 KBS1TV, MBC, SBS에 생중계되었다. 이 토론회는 상당한 화제를 모았는데, 대통령이 평검사들을 모아놓고, 토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 모범적인 토론은 벌어지지 않았다. 당시 평검사들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졸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과거에 언론에서 대통령께서 83학번이라는 보도를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십니까? 저도 그 보도를 보고 내가 83학번인데 동기생이 대통령이 되셨구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라거나, “대통령께서는 토론의 달인입니다. 저희는 토론과는 익숙지 않은 그야말로 아마추어들입니다. 검사들을 토론을 통하여 제압하시겠다면 이 토론은 무의미하지 않습니까?”라는 무례한 언행으로 노 전 대통령의 말문을 막히게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으로 그 자리에 동석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훗날 회고록에 ‘이건 목불인견이었다. 인사 불만 외에, 검찰 개혁을 준비해 와 말한 검사는 없었다…선배 법조인으로서, 젊은 검사들이 그렇게 바보스러울 수 없었다’고 서술한 바 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