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 北, 대기업 총수에 투자요청할 듯...美 제재완화 안하면 '그림의 떡'

■대기업 오너들 리용남과 대화
북측 삼지연지구·원산갈마지구 개발 등 소개할지 관심
美선 韓기업 제재 미포함 사업 독자경협 가능성에 경계

남측 선발대가 지난 16일 오후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해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하는 4대 그룹 총수 등 주요 경제인들이 ‘리용남 북한 내각 부총리 면담-평양 주요 시설 시찰’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북한이 우리 경제인들을 맞아 어떤 프로그램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남북 경협의 의지가 높은 북한은 결정권이 있는 총수급 경제인들의 방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젊은 오너들은 평양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브리핑에서 “18일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수행원들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고 경제인들은 내각 부총리와 대담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들, 北 내각 부총리와 대화=북한의 내각 부총리인 리용남은 북한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며 북한 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두드러진 행보를 보여왔다. 임 실장은 “(경제인들이)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 부총리와 이야기하면 거기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저도 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지연지구 개발’ ‘원산갈마지구 조성’ 등 북한이 추진하는 주요 경제·관광 사업에 대한 소개가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방북 이튿날 이뤄질 평양의 주요 시설 참관 역시 경제인들의 일정은 따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임 실장은 “특별수행원들은 그 성격에 따라서 다른 곳을 참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양의 산업시설 시찰 등이 예상되는데 일정은 극비로 유지되다 직전에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동 중에 기업들인에게 따로 산업 시찰 일정에 대한 공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북 수행원에 주요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됐지만 이번에 남북 경협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판문점 선언에 합의돼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합의를 할 생각”이라면서도 “상당히 엄격한 제재가 국제사회로부터 취해지고 있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고 말했다.


◇美, 대북 제재 완화에 경계=미국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에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동행하는 데 대해 대북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회장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특별수행원으로 함께하는 데 대해 대북 제재 이행의 의무를 강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 총수들의 방북에 대해 묻는 VOA의 질문에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의해 금지된 ‘특정 분야 제품(sectoral goods)’을 포함한 유엔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는 한국의 일부 기업들이 유엔 제재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북한과 독자적 경협을 추진하며 제재 완화 효과를 낼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미국이 주축이 된 유엔사가 북한 철도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불허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무부는 특정 분야별 제재 등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촉구한 바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의가 정체된 와중에 남북 간 정상회담 등 대화 분위기를 타고 대북 제재가 이완될 것을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국무부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코앞에 둔 17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북 제재 이행 문제를 협의·점검하기로 한 것도 북한에 대한 제재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미 언론 역시 북한 비핵화 문제가 진전되기 전에 한국 정부가 과속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식어가는데도 한국은 ‘매력 공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대북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하며 연락사무소 개설 등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트럼프 행정부의 ‘동요’를 유발하는 한편 최대 압박전략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VOA에 “남북관계 개선은 북핵 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한미 간 일치된 대북 대응을 강조했다./뉴욕=손철특파원 정영현·윤홍우기자 runiro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