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앞줄 왼쪽 네번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7일 의원총회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면서도 섣부른 경협 분위기 조성 및 비핵화 목표 희석을 우려했다. 4대 그룹 총수까지 대동한 한국 정부의 과속이 자칫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우리가 너무 빨리 가서 경협이나 종전선언 같은 이야기만 하는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여야 당 대표 방북은 의미가 없다며 청와대의 초청을 거절한 바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물질이나 핵물질 장소 이용을 신고하고 검증받겠다는 약속을 받아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기업 총수들의 동행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에서 투자 결정권이 있는 오너를 강하게 요구했고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맛에 맞게 방북단을 꾸렸다”며 “수행단 구성만 놓고 보면 비핵화 중재를 위한 방북인지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방북인지 헷갈린다”고 쏘아붙였다.
김병준(오른쪽)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역시 이번 회담의 제1 목표가 ‘비핵화 진전’임을 재차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 개최 자체에만 치우칠 경우 국제사회와 공조 중인 ‘비핵화’의 목표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번 평양행은) 비핵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여는 것만으로 분위기가 들떠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핵 리스트와 비핵화 일정 제시 등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물을 받아와야 한다는 게 손 대표의 지적이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하면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를 거듭 촉구했다.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길에 동행하는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회담은 두 번의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신뢰를 갖고 이어지는 회담인 만큼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남북 간 대결구도를 완화해 평화와 번영, 공존으로 가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에도 동행했던 그는 북측 인사들과의 인연을 과시하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며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서해평화수역이나 비무장지대(DMZ) 예방 등도 함께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보수야당의 동행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판문점 선언의 비준 동의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김현상·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