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미주권역본부 영업 전문가 전진배치

호주법인장, 미주지원실장 이동배치
기틀 잡힌 임병권 체제 힘 실어줘
핵심 판매처인 美 실적 반등 노려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기아자동차가 미주권역본부의 인력을 충원하며 핵심 판매시장인 미국 시장의 실적 반등에 나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호주법인장을 미주권역본부로 이동 배치했다. 통상 법인장 자리는 2년 가까이 역임하는 만큼 이례적 인사라는 게 기아차(000270) 내부의 분위기다. 호주법인장은 미주권역본부에서 마케팅을 주관하는 미주지원실장을 맡게 된다. 회사 측은 권역본부 체제 수립 이후 후속조처라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핵심 시장에 권역본부를 신설해 자율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본사의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넘긴 바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권역본부의 자율성이 커진 만큼 인력을 추가로 동원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미주권역본부 내 업무를 세분화해 신설된 조직에서 판매 부문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권역본부 신설 이후 임병권 부사장을 본부장 자리에 배치하는 등 기틀을 잡은 뒤 실무진을 충원해 진용을 단단히 하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해외판매 부진에서 서둘러 벗어나지 못하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시장의 판매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미국 판매량(127만5,223대)은 전년 대비 10.4% 감소했다. GM과 포드·도요타 등 경쟁업체 역시 같은 기간 판매량이 줄기는 했지만 하락폭은 3%대를 밑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 8월 기준 누적 판매량은 84만4,881대로 지난해보다 1.8% 줄었다. 현대차가 2.3%, 기아차는 1.2% 줄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적어도 올해까지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포트폴리오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세단의 라인업을 이른 시일 안에 재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어려움을 겪는 데는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으로 옮겨가는 트렌드를 제때 읽지 못한 것이 한몫했다”며 “현장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 새판 짜기를 서두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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