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직불금 퍼주기로는 농업 경쟁력 강화 어렵다

쌀 소득보전직접지불제도(쌀 직불금)가 농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시중 쌀값이 목표치에 미달할 때 차액의 85%를 주는 변동직불금은 연 1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18.1%를 전체의 2.3%에 불과한 6㏊ 이상의 부농이 가져갔다. 농가의 39.3%를 차지하는 0.5㏊ 미만 영세농이 직불금의 10.1%만 받은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쌀 직불금이 농가소득 안정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부농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조적·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 크다. 국내 쌀 시장은 매년 20만톤 이상 남아도는 만성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1인당 쌀 소비량은 최근 5년간 11.5%나 줄었지만 생산량은 1% 감소에 그칠 만큼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부가 재배면적 감축으로 생산량 줄이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이것도 당초 계획의 70%를 밑도는 실적만 거뒀을 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쌀 직불금에 대해 ‘사업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 바 있다.

쌀 직불금이 사태를 더 악화시킨 면도 있다. 정부는 생산량이 많은 다수확품종 대신 고품질의 쌀을 촉진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쌀 값이 떨어져도 보조금을 받는 농민들이 굳이 그런 모험에 나설 이유가 없다. 오히려 생산량을 늘려 직불금을 더 받겠다는 판단을 했을 터다. 최근 5년간 재배면적이 8.8% 감소했는데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8.6%나 느는 아이러니는 이 때문에 생겨났다.

정부는 올해도 변동직불금 예산으로 지난해와 같은 1조4,900억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결과는 매한가지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한때 우리처럼 직불금 제도를 운영했지만 농민들의 정부 의존을 낮추기 위해 지금은 없앴다. 우리도 정부 보조금에 기대는 농업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 완전폐지가 부담스럽다면 쌀 목표가격과 지급총액을 낮추는 연착륙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수십년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였는데도 의도했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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