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기(사진) 보성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의 포부다. 보성산업은 부동산·에너지 종합그룹인 보성그룹에서 디벨로퍼 역할을 하는 회사다. 이른바 ‘시행사’지만 흔한 아파트나 오피스텔 시행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개발사업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김 부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세기의 작품으로 남을 만한 개발사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성그룹 김한기 대표이사./송은석기자
◇30년 이상 건설현장을 지켜온 인물=김 부회장은 말 그대로 국내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난 1980년대 중반 대림산업에 입사한 뒤 사업현장과 지원업무를 두루 경험하며 건축사업본부 임원,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 대표이사, 대림산업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30년간 국내 건설업과 함께 성장한 국내 건설업의 산증인이다. 그가 4월 보성으로 자리를 옮겨 제2 건설업 인생의 출발선에 섰다.
김 부회장은 경제가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시공 중심의 건설업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건설사에 취직했을 때와 지금의 건설산업 환경은 천양지차”라며 “당시만 해도 공사 마진율이 최소 15%였지만 지금은 5%도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업도 단순 시공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김 부회장의 새 출발 역시 한국 건설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요즘 대규모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보상산업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주택개발 사업은 규모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핵심 프로젝트는 시티타워 등 청라 프로젝트, 59만평 규모의 새만금 신시야미 관광레저지구, 분당신도시 크기의 스마트시티 솔라시도다. 김 부회장은 “이 사업들은 최소 수십년, 길게는 100년짜리 프로젝트”라며 “세기의 작품으로 남을 만한 개발 사업”이라고 말했다.
청라 프로젝트와 관련해 보성산업은 지난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의 랜드마크 전망타워가 될 청라시티타워 및 복합시설 건설·관리·운영 협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착공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청라 프로젝트는 호수공원 인근에서 448m 높이의 전망타워와 쇼핑·문화시설 등 복합시설을 건립해 미래도시 청라의 심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보성산업은 금융단지에 더해 복합로봇단지를 만들어 ‘로봇산업 클러스터’도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개발한 후 수익을 챙기고 떠나는 개발 중심의 디벨로퍼가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으로 꾸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운영 중심의 디벨로퍼로서의 전형을 청라에 세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솔라시도는 보성이 그룹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솔라시도는 전남 목포시 인근 구성지구에 약 21㎢(634만평) 규모로 조성되는 ‘탄소제로’ 스마트시티다. 세종 스마트시티와 부산의 에코델타 스마트시티가 기존 도시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주거 중심의 도시라면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는 솔라시도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가 철저하게 친환경으로 운영된다. 도시 크기가 여의도의 7배로 1단계에 들어갈 사업비만도 1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곳에 지어지는 태양광발전소는 총 100㎿ 규모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특히 태양광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담아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238㎿로 세계 최대 규모다.
보성그룹 자회사인 서남기업해안도시가 주축이 돼 보성산업과 한양 등 계열사들이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 중에서 보성산업은 약 100만평 규모의 부지에 골프장 및 복합 커뮤니티센터와 약 5,000세대의 주거단지 개발을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골프장과 인접한 페어웨이 주택과 태양광 및 스마트팜 투자가 가능한 패키지형 주택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이곳 입주자들에게는 골프장 등 각종 레저시설의 이용혜택뿐 아니라 고령자 친화적인 생활여건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보성그룹 김한기 대표이사./송은석기자
◇‘100년 운영’ 디벨로퍼 꿈꾸다=솔라시도가 하나의 도시를 창조하는 개발 사업이라면 새만금 신시야미지구 관광레저단지 개발은 특화 지구를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고군산도와 인접한 새만금방조제 중심부지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여의도의 3분의2 규모다.
그는 “신시야미 관광레저지구 59만평 중 10% 정도는 토지를 매입하고 90%는 장기임대로 토지를 확보했다”며 “보성산업이 관광테마파크로 50년 운영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최장의 방조제, 고군산도 등 천혜의 비경과 바다·호수에 둘러싸인 독특한 환경 등의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해양스포츠시설·놀이공원·숙박·일루미네이션파크 등의 관광시설을 복합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낙 규모가 큰 관광단지여서 해외 자본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김 부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사드 때문에 중국 관광객과 자본 유입이 주춤한 상황이지만 영종도·제주 등에 대해 장기적 안목에서 중국 디벨로퍼들의 투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새만금 역시 중국 고객을 대상으로 한 입지여서 글로벌 투자가 중에서도 특히 중국 자본 투자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만금 역시 장기운영을 통한 꾸준한 관리와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50년, 100년간 운영을 맡아 최적화된 자산관리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좌초됐던 재래시장 개발 맡아 서울 동북권 랜드마크로=보성산업의 사업 중 그나마 호흡이 짧은 주택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는 연내 2곳의 일반 분양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북위례 힐스테이트의 시행을 보성산업이 맡고 있다. 나머지 한 곳은 서울 동북부 분양시장에서 연초부터 기대감이 이어진 청량리 동부청과 재개발 사업이다. 동대문구 용두동 39-1 일대에 59층 높이의 초고층아파트 1,152가구와 상업시설이 조성된다. 보성산업이 추진하는 서울의 첫 대규모 주택사업이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김 부회장은 “낙후된 지역이지만 개발 이후에는 지역주민들이 거주뿐 아니라 문화생활도 누리고 쇼핑도 할 수 있는 동북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콘셉트로 지을 예정”이라며 “계열사인 한양이 시공하지만 기존 아파트 브랜드가 아닌 새로운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를 만들어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도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다. 2009년 시작된 동부청과 재개발 사업은 조합이 파산하면서 엎어졌다. 사업권을 가졌던 건설사가 용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 결국 부실채권(NPL)으로 내놓은 사업권을 2013년에 보성산업이 사들였다. 여러 정비사업 중에서도 특히 재래시장 재개발 사업은 난도가 가장 높은 개발 사업에 속한다. 워낙 그곳에서 오래 사업을 해온 상인과 토지주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토지매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사들이 선뜻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가능성이 큰 틈새시장이라는 판단하에 보성산업이 진출하게 됐다.
그는 “재래시장 개발 사업은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업이 좌초되기 십상이지만 사업권을 인수한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사업 진척이 이뤄지면서 올해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며 “고생한 직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도 이 같이 진입 장벽이 높은 시행사업에 관심을 두고 물밑 작업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