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백화원영빈관이 11년 만에 다시 남쪽의 대통령을 맞는다. 17일 평양 백화원초대소 영빈관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용할 대통령 전용 벤츠 방탄차량이 주차돼 있다./연합뉴스
북한 백화원영빈관이 11년 만에 남쪽의 대통령을 맞는다.
지난 3월 방북했던 남측의 대북특별사절단은 애초 백화원초대소에서 묵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고방산초대소에 여장을 풀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백화원초대소를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공사 중”이라고 밝히면서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백화원영빈관은 ‘영빈관’이라는 호칭에 맞게 북한을 찾는 국가 수반급 외빈 숙소로 사용되는 곳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했을 때도 백화원초대소를 숙소로 활용했고, 2005년에는 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도 묵었던 곳이다.
외국 귀빈들도 이 숙소를 사용했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과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묵었으며, 7월에는 협상을 위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곳을 사용했다. 가장 최근에는 정권 수립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방북한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이곳에 머물렀다.
백화원영빈관은 국빈급 인사를 맞이할 목적으로 1983년 평양의 중심인 중구역에서 떨어진 대성구역의 대동강변에 세워졌다. 3층짜리 객실 2개 동과 종업원 숙소로 구분돼 있으며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돼 경호에도 매우 좋은 환경을 갖췄다. 곳곳의 화단에는 100여종의 꽃들이 피어 있어 ‘백화원’으로 명명됐을 정도로 조경도 뛰어나다.
백화원영빈관에는 숙소뿐 아니라 각종 회담이 가능한 시설도 갖췄다. 2000년과 2007년 모두 남북정상회담이 이곳에서 개최돼, 이번 남북 정상 간의 회담이 백화원초대소에서 열릴지 주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엔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의 회의실에서 회담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로 치면 청와대로 불러 회담을 하는 셈이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극진한 대접을 보여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친교 행사가 이뤄진다면 그 장소는 백화원초대소가 될 수도 있다.
영빈관에는 커다란 나무와 꽃들로 꾸며진 대형 인공호수가 있어 호수 주변을 거닐며 담소를 나누기에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방북했던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아침에 호수를 돌며 조깅하다가 북측으로부터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 사실을 전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