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총괄수석부회장 /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예외 조치를 얻어내기 위해 담판을 벌인다. USTR 대표가 한국 기업 경영자를 개별적으로 만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의 면담 성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방미 중인 정 수석부회장은 주중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에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은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에 이어 USTR 대표까지 만나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핵심 인사다.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관세 부과나 면제 대상 국가를 선정하는 데까지 역할을 하게 된다. 만약 상무부가 관세 면제 대상으로 한국을 분류하더라도 USTR과의 협상을 통해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면제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라이트하이저 대표인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올해 초 무역확장법을 통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에서 한국을 예외 국가로 분류했지만 USTR과 협상을 진행한 결과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쿼터를 두는 것으로 확정됐다. 협상을 조금 더 잘했다면 쿼터를 더 늘릴 수도 있고 못했다면 더 불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했을 수도 있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이 최근 20~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사실상 25% 추가 관세가 무의미해졌다”며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일부 업체에는 쿼터제가 되레 큰 부담이 됐다”고 했다. USTR과의 담판에서 밀리면 관세보다 더 뼈아픈 또 다른 무역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한국 기업을 따로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는 면담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앨라배마와 조지아 등 미국에 수천억원대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미국 내 고용을 늘리는 데 협조한 기업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 역시 이번 만남에서 현대·기아차가 미국 안보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4만7,000명에 달하는 현지 고용 인력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방북 동행 요청을 고사할 정도로 미국 관세 문제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현안”이라며 “미국 정부 인사뿐 아니라 현지 현대·기아자동차 판매업체까지 총동원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