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마중 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 일행을 태운 대한민국 공군 1호기(대통령전용기)가 18일 오전9시50분께 순안공항에 착륙하자 환영 나온 북한 주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공항 청사 안에서 대기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기 위해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색상의 인민복에 뿔테 안경을 착용했고 리 여사는 짙은 감색 치마 정장에 가슴에는 나비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환영인파 사이에서 큰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남북 정상의 만남에 앞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다. 활주로를 돌아 레드카펫 앞에 멈춰 선 전용기 앞으로 메인 트랩이 설치되자 김 위원장 부부는 계단 바로 앞까지 다가가 문 대통령 내외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계단을 내려온 문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김 위원장과 악수한 뒤 세 차례나 포옹하며 반가움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지난 5월26일 판문점 회담 이후 115일 만이다. 김정숙 여사도 리 여사와 손을 맞잡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 부부의 영접을 받은 문 대통령 내외는 북측 남녀 화동으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레드카펫 옆에서 대기하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고위 인사들을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이후 문 대통령도 우리 측 수행원들을 김 위원장에게 소개하며 화답했다.
오전10시12분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앞으로 인민군 의장대(명예위병대) 대장을 맡고 있는 김명호 육군 대좌가 다가왔다.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하여 분열했습니다’라는 보고와 함께 공식 환영행사인 의장대 사열이 시작됐다. 지난 두 차례 평양 정상회담 때는 북측 위병대장이 우리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조선인민군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두 정상은 단상으로 이동하며 의장대의 경례를 받았다. 우리 대통령이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한 것은 앞서 평양을 방문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지난 두 차례와 달리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의장대를 사열하는 동안 처음으로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예포 21발 발사는 국가원수로 예우한다는 의미다. 과거 두 차례 평양 정상회담 때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포는 생략됐다. 사열 이후 문 대통령은 활주로에 마련된 사열대에 김 위원장과 함께 올라 인민군 의장대와 군악대의 분열을 지켜봤다.
공식행사를 모두 끝마친 두 정상 내외는 북측 환영인파 옆으로 나란히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오른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하던 문 대통령은 북한의 몇몇 환영객들과 직접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공항에 나온 수천 명의 평양시민들은 인공기와 한반도기·조화 등을 흔들며 문 대통령 내외를 환영했다. 평양시민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등장한 것은 역대 남북정상회담 중 이번이 처음이다. 또 환영객들 뒤로는 ‘평양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자’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차량에 탑승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환영인파를 향해 돌아서 깊게 허리 숙여 인사했고, 탑승 이후에도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며 환대해준 평양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평양공동취재단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