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화상상봉 추진

남북 정상이 이산가족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연합뉴스

남북 정상이 이산가족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백화원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남과 북이 금강산 지역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는 남북 이산가족의 오랜 염원이었던 상봉 정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다. 금강산 지역에는 2008년 7월 완공돼 이산가족 상봉행사장으로 이용돼 온 면회소가 있으나, 간헐적으로 열려온 상봉행사 이외에 상시적인 이용은 불가능했다. 이 면회소는 우리 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확대를 위해 남북협력기금에서 대한적십자사(한적)에 총 공사비 550억원을 무상지원해 세워진 건물이다.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에 위치해 있으며 연면적은 1만9,835㎡다. 전망대, 대연회장, 소연회장 등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12층의 면회소 건물과 면회사무소 2개 동으로 구성돼있고, 2인실과 가족실 등 총 206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어 최대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해당 면회소에 일부 개보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이날 상설면회소를 조기 개소키로 함에 따라 현재 금강산 면회소 시설이 복구돼 쓰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면회소를 ‘상설면회소’라고 이름 붙인 것도 향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관련한 남북 정상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남북 정상은 이외에 평양공동선언문에 남북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하겠다고 명시해, 이산가족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산가족의 고통을 줄여줄 실질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간헐적으로 한차례 100명 정도씩 만나는 상봉 방식으로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남측의 이산가족 신청자 13만2,731명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7만6,024명이 사망했고, 생존자(5만6,707명) 중 80세 이상이 62.6%(3만5,541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의 더 근본적인 해소를 위해 그동안 정상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에도 상봉 확대와 금강산면회소 완공과 쌍방 대표 상주, 상시 상봉 진행, 영상편지 교환사업 등이 포함됐지만 남측에서 정권이 교체되면서 실행되지 못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담은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10·4선언을 계승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경서 한적 회장은 이달 중 평양에 가는 방안을 북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혀, 조만간 이번 남북 정상의 합의 이행을 위한 적십자회담 일정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일부와 한적은 지난달까지 남측 이산가족 전원을 상대로 ‘남북 이산가족 전면적 생사확인’과 ‘고향 방문 및 영상편지 제작’에 참여할지를 묻는 수요 조사를 이미 진행해 이산가족의 고통과 한을 푸는 문제를 실행에 옮기는 데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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