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극단 단원에 대한 상습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됐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통해 재판에 넘겨진 인사 가운데 첫 실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19일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혐의 등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제한 등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며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원들이 항의나 문제제기를 해 과오를 반성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행위가 연극에 대한 과욕에서 비롯됐다거나, 피해자들이 거부하지 않아 고통을 몰랐다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간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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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은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절대적인 권한을 유지해왔다. 그는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8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6년 12월에는 여성 배우의 민감한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 상해를 입힌 혐의도 함께 받는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피해자가 법정에서 증언하지 않아 증거가 부족하거나 일반적인 발성 연습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일부를 제외하고 총 18회의 추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배우의 우울증을 발현·악화시켰다는 혐의도 인정했다.
이씨 측이 재판 과정에서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이었다’거나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을 느낄 피해자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며 폭로하고, 공동 대응하며 함께 고소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법정에서의 진술 내용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연기 지도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신체 접촉은 용인된 것으로 보이지만, 접촉 부위 등이 수치심·혐오감을 느끼게 하고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연기 지도로 인정할 수 없다”며 “대부분 범행이 일방적인 추행이고, 피해자들은 단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지 못했을 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