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 법인(구글코리아)이 지난해 국내 온라인·모바일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이 최소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논리적 추정치가 나왔다.
이태희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해외 사업자에 대한 세금 부과의 문제점’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구글 한국 법인의 매출액을 두고 여러 추정이 나왔지만 처음으로 출처와 계산 방식을 공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우선 이 교수는 구글의 지주회사인 미국 ‘알파벳’이 2017 회계연도 연간보고서에서 과거와 달리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매출액을 별도로 표기한 것을 기초로 조사를 시작했다. 알파벳은 그간 지역별 매출액을 미국과 영국으로만 나눴던 것에서 벗어나 이번부터 미국,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아시아·태평양, 그 외 지역 등 4개로 분류했다. 연간보고서를 보면 구글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62억달러(약 18조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알파벳은 “이는 각 지역 소비자로부터 창출된 수익”이라고 명시했다. 해당 시장에서 나온 광고 수익, 애플리케이션 결제액 등이 모두 포함된 매출액이라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앱 애니’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구글 점유율 분석치를 적용해 구글코리아의 광고 수익과 광고 외 수익을 각각 구해 더했다. 이 값이 29억1,800만달러로 약 3조2,000억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이는 한국모바일산업협회(옛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와 광고업계에서 추측한 구글코리아 지난해 매출액 1조8,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가량 높은 금액이다.
이 교수는 “구글 유튜브의 지난해 광고 매출액이 약 4,000억원으로 추정됐는데 사용시간이 늘어나고 검색 비중도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적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번에 나온 결과는 국내 온라인·모바일 시장에서의 유튜브 경쟁력이 현실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앱 애니의 점유율 분석에 오류가 있으면 구글코리아 매출액도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구글코리아의 매출액 추정과 세금 납부 논란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에서 얼마를 버는지도 모르고 세금도 제대로 안 낸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불거졌다. 이에 구글코리아가 이 창업자에 반박하는 자료를 내자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2016년 기준 2조5,9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2,746억원을 법인세로 냈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점화됐다. 구글코리아는 2006년 법인 설립 후 한 번도 매출액과 세금 납부액을 공개한 일이 없다.
이후 해외 정보기술(IT) 사업자의 매출액 공개와 과세 방안과 관련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논란은 사그라지는 듯했으나 올해 국회 국정감사와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정치권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구글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글 등 디지털사업자에 매출액 3%를 세금으로 부과하자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 논의의 장은 마련되는 분위기지만 효율적인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민식 상명대 교수는 이날 세미나 발제를 통해 “조세 문제 등 소비자 보호 이슈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글로벌 시민사회 단체와 공조해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