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같이 살래요’ 김권, “'진짜'를 보여주는 배우 되고파"

“어설프더라도 진짜가 좋아요. 연기를 잘 한다는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진짜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술로만 하는 배우는 바로 들통 나잖아요.”



지난 9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같이 살래요’ 배우 김권(본명 김건우·29)은 진심으로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 배우로서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라고 생각한다. ” 며 “ 배우의 진심이 전달 될 때, 작품도 캐릭터도 이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권은 KBS 2TV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극본 박필주/연출 윤창범)에서 이미연(장미희 분)의 양아들 최문식을 연기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문식은 그간 가족을 나몰라라 하던 친부 최동진(김유석)과도 갈등을 겪고, 어머니의 사랑인 박효섭(유동근 분)의 가족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자칫 밉상일 수 있는 최문식 캐릭터가 사랑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김권의 치열한 노력과 진심에 있었다. 불운한 어린시절을 가진 이들의 사연에 대해 찾아보거나, 노트에 직접 적어가며 문식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시놉시스를 처음에 봤을 때 이 역할이 매력 있었어요. 되게 사연도 많고, 아픔도 있었던 인물이었죠. 무엇보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다는 점이 끌렸어요. 갈 때까지 가는 악역을 해도 재미있겠지만, 다행히 아픔이 드러날 수 있는 서사를 가진 인물이라 좋았던 것 같아요. 사랑을 얻는 법 또 주는 법을 몰라서, 엇나가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발버둥 칠 수 밖에 없었던 인물이에요. 그 외로움에 공감이 갔어요. 배우 스스로 공감이 가야 인물의 내면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거잖아요.”

50부작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극 중 인물의 감정선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만큼 7개월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이 살래요’에 푹 빠져 살았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캐릭터 뿐 아니라 전체 그림을 볼 줄 아는 배우 김권은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잘 갈 수 있게 배우 모두가 노력한 덕분이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에서 중요한 게 ‘조화’잖아요. 갈등을 일으켜야 할 인물이 제대로 갈등을 보여주지 않는다거나, 해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작품에 해를 끼치게 되잖아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품도 제대로 진행이 안 될 뿐 아니라, 다른 배우에게 피해를 주게 돼요. 그 부분을 경계해요. 배우 혼자만 튀어버리면 웃기잖아요. 예를 들면, 다들 셰익스피어 연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안톤 체홉 식으로 하면 안 되는거라 생각해요. 결국 극을 망치게 되니까요. 인물들의 드라마와 연기가 서로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단 걸 이번에 많이 배웠어요”

작품 속 문식은 박효섭(유동근 분)의 가족으로 인해 변화하게 된다. 외로웠던 문식은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의 정’으로 인해 변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김권은 함께 한 배우들이 가족처럼 서로를 응원해준 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어디 가서 이런 배우들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면서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장미희, 유동근 배우와 호흡을 맞춘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으로 남았다.

“(한)지혜선배. (박)선영선배 등 함께 한 배우들이 응원을 되게 많이 해주셨어요. 이야기가 잘 통하는 배우 여회현, 금새록 등 너무 좋은 배우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장난도 치면서 좋은 조언도 해주셔서 열정 있게 연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에요. 출연하는 배우들간에 편안하게 촬영하면서 합을 마친 기억을 잊을 수 없을 듯 해요. 무엇보다 장미희, 유동근 선생님이 정말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앞으로 배우로서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었죠. 두 분 다 멀리서 볼 땐, 호랑이 선생님일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소통을 많이 해주시는 분들이세요. ”

김권의 가슴에 들어온 한 마디는 ‘배우는 배고플 수 있다. 다만 돈을 좇아가지 말라’였다. 결국 “가장 중요한 네 자신을 잃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이다.







“장미희 선생님이랑 유동근 선생님이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한 게 아닌데도 두 분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돈은 따라오는 것이다. 돈을 보고 따라가면 안된다. 돈! 돈! 이러면서 좇아가다보면, 넌 소모되고 만다’고 하셨어요. 새로운 작품을 선택할 땐, 너 자신을 잃지 않는 선에서 선택하라고 하셨어요. 배우는 배고플 수 있어요. 배고픈 시간에 초조해하기 보단, 그 시간에 내공을 쌓고, 좋은 작품과 예술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중간 중간 작품을 쉬지 않기 위해 2 작품 을 연달아 했던 경우도 있어요. 그런 기억을 떠올려보니 선생님들 말씀이 맞았어요.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회사에선 안 좋아할려나. 하하. ”

2011년 드라마 MBC ‘나도, 꽃!’을 통해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 배우 김권은 영화 ‘명왕성’ ‘순정’ 등 스크린 활동은 물론 JTBC 드라마 ‘밀회’의 호스트, KBS2 드라마 ‘공항 가는 길’ 최제아, OCN ‘보이스’ 에서 모태구(김재욱)를 담당한 정신병원 의사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 ‘같이 살래요’에서 배우 이름을 정확히 각인시켰다.

한마디로 김권은 ‘집념의 배우’였다. 드라마 속 문식이의 독기와 집념이 닮아있었다. 주관이 뚜렷해서 빈말을 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는 “아닌 건 아니라고 거절을 잘 하는 편이라, 처음엔 피해를 보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인간 김권이 삶의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은 건 ‘고지식하지 않은 태도’이다.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태도가 아닌, 그만큼 열려있는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고 싶은 것.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들이 들어요. 제 자신이 고지식하지 않았음 좋겠다는 생각이요. 제 말이 정답이 아니고, 제가 사는 방법 그대로 사는 게 옳지 않을 수도 있어요. 때로는 다른 방법으로도 생각을 해보고 싶어요. 전 일이든 제 삶이든 다 치열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후회없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최선을 다한 삶을 살고 싶어요.”

김권은 수영. 헬스. 서핑 등 운동을 하면서 정신 건강을 단련시킨다고 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한 없이 우울해지는 성격이란다.

“운동을 하면서 멘탈을 잡는 편이에요. 실제로 운동을 하면 멘탈이 잡히는 것 같아요. 뭔가 극복하려는 행동을 취하는 편인 것 같아요. 몸이랑 정신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활동적으로 사람이 움직이다보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운동을 하면서는 핸드폰도 잘 안보고 좋은 것 같아요. 운동은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같이 살래요’와 함께 한 7개월의 시간 동안 김권은 성장했다. 인터뷰 현장엔 외로움을 감춘 냉철한 최문식이 아닌 친근한 인간 김권이 걸어들어왔다. 헤어스타일은 물론 의상 및 목소리도 전혀 달랐다. 그는 “한 프로젝트가 끝난 기분으로 시원함을 느끼는 저만의 의식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역할이 끝났을 때, 헤어스타일이나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걸 좋아해요. 계속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지내다, 드라마가 종영을 하면 짧게라도 여행을 가요.인간 ‘김권’으로 돌아간 느낌이랄까요. 기자님들이 제 모습을 보고 작품 속 이미지랑 달라서 놀라기도 하던걸요. 저 김권을 보여주는 게 아닌 문식을 보여줬던 작품이잖아요. 목소리 역시 그렇게 변화를 줬던 부분입니다. 성장하고 변신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늘 도전하시면서 변화하는 배우분들이 많잖아요. 그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나와 맞지 않은 옷은 피해가야겠다는 걸 알게 되는 것도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

김권의 간절한 ‘꿈’은 궁금한 배우가 되는 것. 매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해, 작품에 완전히 녹아든 배우들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배운 것들이 나중에 연기할 때 어떻게 녹아들지는 제 노력에 따라 달린 것 같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메릴스트립이란 배우를 좋아해요. 매 작품마다 어떻게 변신했을까 궁금증이 생기는 배우잖아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철의 여인‘ 등 작품마다 말투는 물론 연기가 다 달라요. 그런 배우들처럼 저 배우가 어떤 작품을 개봉한다고 했을 때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와중에 진짜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좋겠어요. 진짜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진짜를 연기하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똑같이 최선을 다할테니 기대하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