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법인택시 업계가 택시요금이 인상되더라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하면서, 요금 인상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연합뉴스
서울시와 법인택시 업계가 택시요금이 인상되더라도 6개월간 사납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요금 인상이 택시기사의 실질적 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택시요금 인상 문제의 핵심 쟁점이었던 사납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요금 인상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 회사 254개가 가입된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 이후 6개월간 사납금을 올리지 않고, 이후에도 요금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이 택시기사의 소득 증가로 연결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최근 합의했다. 사납금 인상이 가능해지는 6개월 후에는 요금 인상분의 80%를 택시기사 월급에 반영하기로 했다.
사납금은 택시회사가 기사에게 차량을 빌려주고 관리하는 명목으로 받는 돈이다. 지금까지는 서울시가 택시요금을 인상할 때마다 택시회사가 사납금을 올려, 요금 인상을 해도 기사 처우는 개선되지 않아서 서비스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최저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현 요금 체계 아래에서는 택시기사의 최저생계비조차 맞출 수 없다는 문제 인식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택시요금 인상 논의에 들어갔다. 서울 택시요금은 2013년 10월 기본요금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 올린 뒤 5년간 동결된 상태다. 서울시는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최대 4,500원까지 올려 25% 인상하는 방안과 기본요금을 3,000원에서 3,900원으로 15%가량 올리되, 택시기사가 회사에 내는 사납금을 동결시키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금을 얼마나 인상할지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으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납금 동결을 끌어낸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의 선결 요건인 강력한 승차거부 근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택시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승차거부가 요금 인상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뭣 하러 요금을 올렸느냐는 시민 반발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구청이 갖고 있던 승차거부 처분 권한을 모두 환수하고, 택시기사에게만 책임을 묻던 것에서 법인택시회사도 책임지도록 제도를 바꿨다.
이와 함께 일정 기간 운행하지 않는 개인택시에 사업개선명령 등을 내려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개인택시에 ‘의무운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운전기사보다 훨씬 낮은 처우 때문에 개인택시 기사들이 점점 떠나고 있다”며 “요금 인상과 사납금 동결로 처우가 개선되면 택배시장·대리운전 등으로 떠났던 기사들이 돌아오고, 택시 운행 대수가 늘어나면 승차거부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2일 택시 노사, 전문가, 공무원,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를 열어 요금 인상안을 논의한다. 택시요금을 인상하려면 시민 토론회, 시의회 의견 청취, 택시정책위원회, 물가대책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