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새벽부터 연도 환송에 문대통령 손인사로 화답

20일 오전 백두산으로 떠나기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평양 백화원 영빈관 북측 근무자들에게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평양 시민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백두산 방문을 위해 20일 아침 평양에서 출발하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첫날처럼 연도에서 뜨겁게 환송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6시 39분 이틀간 머무른 백화원 영빈관을 출발해 벤츠 차량을 타고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으로 향했다. 자주색 넥타이에 양복 차림의 문 대통령과 남색 바지 정장에 굽 낮은 신발을 신은 김정숙 여사는 백화원 영빈관 복도에 늘어선 북측 종업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백화원 영빈관을 빠져나온 문 대통령의 차량 행렬이 모터사이클 20여대의 호위를 받으며 평양 시내에 등장하자, 이른 새벽임에도 평양 시민들이 도로 양옆을 가득 메우고 인공기와 한반도기, 꽃술을 흔들며 환송했다. 주로 한복 차림인 여성들과 양복 차림의 남성들은 지난 18일 문 대통령을 맞이할 때처럼 연신 “조국 통일”을 외쳤다. 문 대통령은 열린 차창 밖으로 시종 오른손을 흔들며 끝없는 환송 인파에 진지한 표정으로 인사를 보냈고, 김정숙 여사도 반대쪽 차창으로 내내 손을 흔들었다.


순안공항으로 가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도착한 날처럼 고층빌딩이 즐비해 ‘평양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여명거리를 통과했다. 여명거리의 마천루와 김일성종합대학 캠퍼스 등을 지나, 영생탑 등이 있는 용흥사거리에서 방향을 틀어 연못동을 지나 공항 쪽으로 향했는데, 첫날 백화원 영빈관으로 들어올 때와 같은 경로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이어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 부부를 북한의 헌법상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환송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공항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날 삼지연공항에 미리 도착해 문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 점을 보아 백두산으로 미리 출발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공항에도 나온 평양시민들은 꽃을 흔들며 “평화번영”을 연호했고 한복 입은 여성 2명이 문 대통령 부부에게 꽃다발을 안겨줬다.

문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함께 활주로에 도열한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아울러 우리 측 수행원들과 인사하고, 배웅 나온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김능오 평양시 노동당위원장,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측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북측은 18일 문 대통령의 환영식 때는 최고지도자 행사에만 사용하는 이른바 ‘1호 행사곡’ 을 연주했는데, 이날 환송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리하지 않아 일반 행사곡을 연주했다. 이날 연도 환송은 문 대통령 부부의 ‘평양 체류’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북측이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능라도 5월 1일 경기장에서 시민 15만명에게 연설을 하는 등, 방북 기간 평양시민과 가까이 호흡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2007년 방북한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서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인민문화궁전 앞길에서 환송식을 통해 연도 환송을 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