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미국 셰일원유·가스 운송기업인 브라조스 미드스트림 홀딩스의 투자로 0%대까지 내려앉은 수익률에 청신호가 켜졌다. 20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금융 부문 수익률은 0.9%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7.3%와 비교하면 반년 동안 수익률이 8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주식의 수익률이 -5.3%로 뒷걸음질한 영향이 가장 컸다. 해외주식(4.6%)과 대체투자(4.9%) 등에서 선방한 것이 전체 수익률의 내림 폭을 줄였다.
국민연금이 브라조스에 투자한 1조원 규모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2010년 투자한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은 연 6~7%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조스도 수익기반이 안정적이다. SK㈜는 5월 브라조스에 투자를 결정할 당시 유가와 가스 가격의 변화 없이 고정수수료 계약이 매출의 80%가 넘는 만큼 투자 리스크가 낮다고 밝혔다. 브라조스의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영업이익(EBITDA)이 50%에 달한다.
전반적인 환경이 국민연금에 우호적이다. 우선 미국 셰일가스 운송 업계의 전반적인 업황이 좋다. 미국 천연가스 공급협회에 따르면 2009년에서 2013년까지 미국 주요 32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평균 14%에 달한다. 1조원을 투자하면 1,40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국제 석유시장도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통 자원인 셰일가스의 손익분기점(BEP)은 50달러 수준(브렌트유 기준)이다. 심해저에서 뽑아 올리는 원유가 82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40%가량 싸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제유가가 50~60달러선에서 안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만큼 일감이 끊길 우려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이후 원유 및 가스의 수출이 급증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번 의사 결정이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기금운용본부장의 장기 공석 사태에서 나온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민연금 CIO 자리는 지난해 7월 강면욱 본부장이 사임하면서 1년 넘게 비어 있다. 현재 국민연금 CIO 자리를 놓고 류영재 서스틴베스틴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총괄부문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이 막판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