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양선언 나오자마자 비핵화 시간표 들이댄 미국

남북 정상이 합의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미국이 즉각 반응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평양공동선언을 “환영한다”며 북측에 가능한 한 빨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열자고 제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엄청난 진전”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협상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매개로 공식 재개된 것이다. 비핵화 시간표도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의 완성 시기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로 분명히 못 박았다. 비핵화 시계가 다시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결과가 나오자마자 비핵화 시한을 내민 것은 의미심장하다. 북측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 영구 폐쇄, 영변 핵시설 폐쇄를 구체적인 이행방안으로 언급했지만 비핵화 시간표는 공간으로 남겼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패를 최대한 아껴 시간을 벌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의 비핵화 시한은 이러한 북측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고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향한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만 언급했던 북측과 달리 ‘미국과 국제사찰단의 참관’을 추가한 것도 핵 사찰이 필요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진통 끝에 북핵의 평화적 해결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재개될 북미협상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더 큰 난관에 부딪칠지 모른다. 이번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평양공동선언만 바라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북측이 비핵화 약속을 실천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힘을 기울이고 한미공조도 어느 때보다 튼튼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에 매달리느라 정작 중요한 북한 비핵화 문제를 꼬이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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