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개혁 담화문] "법원행정처 폐지" 사법불신 타개 승부수

사법행정회의에 권한 넘기고
법원 사무처·대법 사무국 분리
개혁 성과없이 '코드인사' 논란도


‘재판거래’ 의혹과 이에 따른 검찰 수사에 대한 비협조로 사법부가 전례 없이 수세에 몰리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결국 법원행정처 폐지 결정을 공식화했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25일 취임 1년을 앞둔 김 대법원장이 그간 우유부단한 처사로 일관하면서 오히려 사법부를 ‘적폐의 덫’에 몰아넣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사법개혁 대(對)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자체 개혁안을 소개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날 법원이 마주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위기는 법관들이 ‘독립된 재판기관으로서의 헌법적 책무’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며 “우선 여러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회의(가칭)에 사법행정 권한을 부여하고 법원행정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사무국으로 분리할 것”이라며 “법원사무처에는 상근법관직을 두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은 내년 정기 인사에서 현재의 3분의2로 줄이고 김 대법원장의 임기인 오는 2023년까지 완전히 없앨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와 함께 사실상 행정부의 차관급 대우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없애 ‘대법원장-대법관-일선 판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계층구조를 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국 법원 판결문을 누구나 검색·열람할 수 있는 ‘통합 검색·열람 시스템’을 도입하고 윤리감사관을 외부 개방형 직위로 임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의 개혁안 실행은 사법발전위원회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외부 법률 전문가 4인과 법관 3인으로 구성된 후속추진단이 맡을 예정이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심 제도 개선, 재판 제도의 투명성 확보를 통한 전관예우 논란 해소 등 다른 사법부 개혁조치를 위해 입법부, 행정부,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보다 큰 민주적 개혁기구 구성 방안도 조만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법원장은 앞서 지난 5월 재판거래 의혹 후속조치로 ‘법원행정처 완전 분리’안을 꺼낸 바 있다. 그러나 법원 안팎에서는 문제기관인 행정처가 ‘셀프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끝없이 나왔다. 김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결국 사법발전위원회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건의 내용을 전폭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법조계의 상당수 관계자는 사법부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금의 위기에는 김 대법원장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는 등 나름의 노력은 기울였지만 예상치 못한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 발발에 어정쩡한 대처로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다. 앞에서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를 선언해놓고 실제로는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하는 등 그의 개혁 의지와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인사도 늘고 있다. 6월15일 대국민 담화부터 이달 13일 사법부 70주년 행사 때까지는 무려 석 달간이나 침묵을 지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가 회장으로 있던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들을 행정처 요직과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로 대거 임명·추천하면서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에도 휩싸였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미 적폐로 지목돼 폐지 수순이 예상됐던 행정처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사법개혁 업적을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재판거래 수사에 대해 법원이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이라는 진단이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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