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삼성전기는 지난 20일 장 마감 직후 삼성물산 보유 지분 3.98%(761만 7,297주) 매각을 위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할인율은 당일 종가(12만 8,500원) 대비 5~8%를 제시했지만, 수요가 몰리면서 실제 거래는 5% 할인한 가격에 이뤄졌다. 주가 기준 12만 2,000원에 해당한다. 모간스탠리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세 곳이 주관했다.
가장 많은 물량은 약 45%의 비율로 국내 기관투자자가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장기투자전략을 펼치는 국부펀드 및 연기금이 주로 사갔다. 지역 기준으로는 아시아지만 북미 대형 자산운용사의 아시아 지역 펀드도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 주요 국가대부분이 이번 딜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한국 기업의 블록딜에 잘 참여하지 않던 글로벌 투자가들이 대거 들어왔다”고 전했다.
블록딜은 장 마감 이후 대규모 거래가 가능한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매수 의사를 간접 확인해 이뤄진다. 대규모 거래이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 마감 후 이뤄지며 거래 성사를 위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팔게 된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는 이로써 각각 3,193억원, 6,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매각자 측이 사전에 제시한 할인율 범위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은 매수자가 낮은 할인에도 주식을 사겠다고 몰렸다는 뜻이다.
통상 블록딜은 시장에 대규모의 물량이 풀리는 것이어서 주가에는 악재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 블록딜 주관사는 매수자에 대한 탐색 시 정보 누출을 철저히 금지한다. 국내보다 해외 기관에만 사전 탐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는 매수의사를 밝힌 후에 블록딜 관련 정보를 누출하지 않겠다는 법적 확약을 맺지만 국내에는 이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블록딜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전날 삼성물산의 주가가 코스피 시장에서 4.05%올랐다는 사실은 시장에 블록딜 정보가 누출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의 이번 블록딜은 순환출자 해소를 지시한 공정거래위원회 방침에 대한 후속 조치다. 앞선 지난 4월엔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전량(2.11%·404만주)을 매각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SDI 이외의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도 매각하는 등 남은 순환출자도 전부 해소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