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꾸나=육군이 가정 먼저 개선에 착수했던 품목은 전투모. 전문가들과 병사들의 한결같은 요구로 베레모를 지난 2011년 도입했으나 막상 착용한 뒤부터 불만이 쌓였다. 여름철 태양광선을 가려주지 못하고 땀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육군은 4년 전부터 장병들의 선호도 등을 조사해 베레모와 신형 전투모 혼합착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베레모와 달리 기존 디지털 무늬 전투복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육군은 개선 목록에 포함했다. 디지털 무늬 개발 당시보다 도시화가 진전돼 시가지 전투 등에서 위장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워리어 플랫폼이 본격 추진되면서 신형 전투복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전투화는 그동안 장족의 발전을 보여 첨단소재를 사용한 기능성 전투화가 보급된 상태지만 막상 야간감시 장비에 노출되기 쉽다는 지적에 따라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육군이 발표한 12개의 신형 전투모 시안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두가지 모델. 하나는 챙이 진한 고동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원통형 모자의 얇은 테두리가 다른 색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투모로서는 고정 관념을 탈피한 색상으로 관심을 모았다./사진=권홍우 기자
◇전투모 12개 시안 중에서 골라 내년 시범 착용=가시권에 가장 가까운 품목인 전투모는 지난주 말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방위산업전시회인 ‘2018 DX 코리아’에서 시제품이 처음 선보였다. 모두 12개 모델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야구모자 형태가 아니라 원통형이라는 점이다. 야구모 형태의 전투모는 민무늬 전투복 시절인 1984년부터 베레모 도입(2011년)까지 25년을 착용해 낯이 익지만 서구인의 안면형에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시안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결국 창군 초기와 비슷한 원통형으로 돌아간 셈이지만 정작 창군 이래 일곱 번째 교체에 해당하는 이번 전투모가 가장 혁신적이다. 시안 중에는 원통형의 중간에 띠가 달린 디자인도 있다. 모자 챙을 아예 반으로 접어 휴대성을 높인 모델까지 등장했다. 모자 챙의 길이도 15.2㎝(6인치)와 16.5㎝(6.5인치), 17.8㎝(7인치)까지 다양하다. 육군은 장병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른 뒤 이르면 내년 하절기 이전에 시범 보급할 생각이다. 물론 새로운 전투복 무늬의 도입 시기와 맞추려면 전투모 보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새로운 무늬가 채택되고 새 전투복이 나와도 현용 전투복과의 혼용이 불가피한 만큼 디지털 무늬의 새 전투모를 보급해도 무방하다는 견해가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efence Expo Korea 2018)’에서 전시된 육군의 전투복 시제품. 3개의 패턴과 2개 디자인이 결합된 각종 전투복이 선보였다. 육군은 여론 수렴을 거쳐 이르면 2020년께부터 신형 전투복을 보급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신형 전투복 디자인 여섯 가지 조합=육군은 신형 전투복으로 세 개 패턴에 디자인은 두 가지를 시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위장 무늬의 형태를 뜻하는 패턴은 호랑이 무늬, 작은 돌 무늬, 태극 무늬 등이 최근 DX코리아에서 처음르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주머니의 구성과 형태에 따라 2개 디자인이 있다. 둘을 이리저리 합치면 지금 상황에서는 여섯 가지 시안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에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다. 우선 현용 디지털 무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소폭 개선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해외파병 부대에 지급되는 사막 무늬 위장복에 특전복 등까지 더하면 새로운 디자인에 따른 시안은 수십 가지로 늘어난다.
◇임무별 차별화 전투복 시대 열린다=실제로는 전투복 시안의 종류가 수백 단위로 늘어날 수도 있다. 임무와 부대 환경에 따라 전투복의 디자인은 물론 각종 주머니와 부착물을 달 수 있는 벨크로(일명 찍찍이)의 위치와 크기 형태도 제각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항공병과와 기갑병과 등의 전투복 디자인은 새로 준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같은 보병, 같은 주특기라도 부대 위치별 특성에 따라 지휘관이 각종 부착물을 정하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 병과가 통일된 복식에 따랐던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2020년부터 시범 보급=육군은 국군의 날 등 행사가 많은 10월 중 새로운 전투복을 계속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국민의 의견을 모으겠다는 뜻이 담겼다. 육군은 디자인 개선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3계절(동계·하계·춘추계) 평가를 거쳐 이르면 오는 2020년 초 신형 전투복 최종 시안을 확정하고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물론 내년에도 일부 평가부대는 신형을 착용하고 일단 교체가 결정돼도 현용 전투복과 2~5년의 혼복 기간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도 일부 훈련소에서 구형 얼룩 무늬 위장복이 훈련복으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 무늬 전투복도 바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육군의 전투화도 바뀐다. 고양시 킨덱스에서 열린 2018 DX 코리아에 전시된 육군의 신형 전투화 시제품. 신형 전투화는 해병대의 일명 세무워커처럼 가죽의 거친 면으로 제작된 육반전투화로 통기성이 뛰어나다. 높이를 낮춘 일부 제품은 육군 특수부대에 이미 보급되기 시작했다. /사진 제공= 국방일보
◇높이 짧아진 육면전투화 도입=육군은 현용 기능성 전투화와 가격은 비슷하면서 무게는 10%가량 가벼운 전투화를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요즘 장병들이 신은 전투화도 이전에 비하면 첨단 고기능 전투화임에 틀림없지만 두 가지 단점이 드러난 탓이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앞부분 가죽이 쉽게 벗겨지고 야간 감시 장비에 전투화 부분만 잡히는 현상도 일어났다. 대안은 육면전투화 도입. 가죽의 이면, 즉 매끄러운 면 뒤의 거친 가죽을 활용한 것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전투화가 바로 해병대가 신는 ‘세무워커’라는 점이다. 육군은 땀 배출과 험지 탈출에 육면전투화가 우수하다는 판단 아래 색상과 디자인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 올리브그린(녹색)이나 사막카키색이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전투화는 기능을 많이 살리고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높이를 깎았다. 우선 20.3㎝(8인치)에서 15.2㎝(6인치)로 발목 부문이 짧아진다. 인체공학적으로 짧은 전투화가 긴 전투복보다 전투효용 더 높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주요국의 군대는 높이를 낮추고 있다. 군은 이미 일부 특수부대에 높이가 낮은 전투복을 지급한 상태다.
◇생태계 형성, 상생발전 위해 군은 방향만 제시=육군은 가급적 민간의 참여기회를 늘려 좋은 군수품을 제작,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을 우대할 방침이다. 군은 방향성만 제시·수정하고 국방기술품질원이 원재료 관리 등을 맡을 뿐 다자인에서 개선방안까지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민간과 군이 참여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착근시키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방산비리에 연루될 길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민간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투복이나 전투모·전투화는 소모성 보급품이기 때문에 방산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육해공 3군, 해병대 전투복도 차별화 전망=해군과 해병대에서도 전투복을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해병대는 임무에 따라 전투복을 변형하거나 각종 부착물, 주머니 등의 역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동계 설상복도 큰 폭의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3군 공통의 디지털패턴 무늬를 그대로 유지하되 청색과 하늘색을 바탕색으로 한 함상복을 이르면 2020년 도입할 계획이다. 함상근무에 적합하도록 방투습성과 난연성을 갖춘 기능성 원단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공군은 전투복을 비롯한 복제 개선에 이렇다 할 계획이 없다. 육군이 크게 변하고 해군과 해병대도 변화를 주지만 공군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한국군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육해공 3군과 해병대가 각기 다른 전투복을 착용하는 시대로 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