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활 SOC 넘어 스마트 SOC 투자를

김태황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한국건설경제산업학회 회장


올 2·4분기 우리 경제의 투자와 고용 및 성장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직접 나서 ‘지역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과감한 확대를 주문했다. 이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문화, 관광, 도시재생, 생활 안전과 여건 개선, 신재생에너지 등 10개 분야의 SOC 예산을 올해 6조원에서 내년에는 7조원 이상으로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의 확대는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연관되는 경제활동 창출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문화·체육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공시설물의 확충은 개인적인 삶의 질 향상뿐 아니라 국가 인적자본의 수준을 높일 것이다. 환경친화적 에너지 관리 시설물의 확충도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바람직한 기반이 될 것이다.

하지만 투자와 고용과 성장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비상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SOC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먼저 SOC 투자의 목적성과 효과성을 혁신해야 한다. 국토 면적이나 인구수 또는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 대비한 단면적인 양적 투자 규모에 집착할 일이 아니다. 국토 면적당 도로와 철도의 길이로 SOC 투자 수준을 판단한다면 체코는 한국과 미국보다 2배 이상 우수하고 한국도 미국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본질에 초점을 둬야 한다. SOC에 대한 사회경제적 수요와 목적이 뚜렷하다면 전략적으로 투자를 증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지난 30여년간 교통 시설물을 크게 확충해왔다고 하더라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사람과 화물의 수송 부하와 복합적인 혼잡 비용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당연히 교통 시설물을 확충해야 한다.

둘째, SOC의 양적 투자 패턴을 질적 투자 패턴으로 전환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의 낭만적인 식당에서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면서 서울에서는 아리수를 마시지 않는 것은 과학적 위생 검증 절차와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후 시설물의 성능과 품질 개선은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안전성과 환경 친화성을 강화하므로 혁신적인 투자 마인드와 방안이 필수적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고 소통시키는 SOC 투자를 선도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정보와 지능을 상품과 서비스로 산업화시키려면 이에 부합하는 4차 산업혁명 스마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 SOC 투자가 스마트 국가의 뼈대를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줄고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양상은 심각한 구조적 경제위기의 전조 현상과도 같다. 정확한 진단도 중요하지만 진단 후 처방을 주저하거나 잘못된 처방을 내린다면 정책 실패를 피할 길이 없다. 직간접 생산유발과 고용창출 효과를 효율적으로 파급시키기 위해서는 SOC 투자를 혁신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사회경제적 기반을 확충하지 않고 새로운 산업자본의 넝쿨이 굴러들어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SOC 투자는 ‘삽질’이 아니라 국민경제 활성화의 ‘지렛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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