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비플랜트 대표. /사진제공=김소영
위례신도시 중앙광장 뒤편 건물에는 독특한 녹색 공간이 있다.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이 지역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동네 책방 ‘책발전소위례’다. 서점의 주인은 한때 MBC 뉴스데스크에서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김소영(31·사진) 전 MBC 아나운서다. 서울 합정동에 ‘당인리책발전소’를 연 지 9개월 만에 두 번째 서점을 열었다. 2호점을 열면서 ‘비플랜트’라는 법인도 세웠다.
최근 ‘책발전소위례’에서 만난 김 대표는 “카페나 편의점과 달리 책방은 동네마다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며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는 시대에도 책방이 동네에 가져다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2호점으로 위례신도시를 선택한 것도 동네 책방이 없는 주거단지라는 점 때문이었다. 1호점을 열었던 서울 합정동에는 이미 대형 서점을 비롯해 개성 있는 여러 동네 책방이 있었다. 반면 고객 중 많은 이들이 동네에서는 북 토크나 책방을 접할 기회가 없다 보니 지방에서 찾아왔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2호점의 시작이 됐다.
지난달 책발전소위례에서 진행된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의 북콘서트 현장에 15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듣고 있다. 책발전소위례에서 오픈 기념으로 진행한 4건의 북콘서트에는 지원자만 5,000여명이 몰렸다. /사진제공=비플랜트
그는 “동네 책방이라면 마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파악한 뒤 제안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20~30대 젊은 층이 찾는 1호점과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이 찾는 2호점은 책을 매입하는 기준도 다르다”고 말했다. 아이를 위한 책 전시공간을 마련했고 아동 베스트셀러 리스트도 제공한다. 인터뷰 중간에도 서점에는 유모차를 끌고 와 아이와 함께 오래 시간을 보내는 부모들이 눈에 띄었다.
위례신도시에 있는 책발전소위례에서 한 어린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있다. 서가 오른쪽에는 아동을 위한 베스트셀러 목록이 적혀 있다. /사진제공=비플랜트
그의 목표는 단순한 책 판매가 아니라 동네 서점에서 책을 읽거나 사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문화 현상이나 라이프스타일로 만드는 것이다. 책방이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책을 파는 공식도 바꿨다. 가령 최근 트래블코드가 출판한 ‘퇴사준비생의 런던’이라는 책의 초판본은 ‘비플랜트’ 전용의 한정판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초판본은 이후 발행된 판본과 디자인도 다르고 고유번호가 매겨져 있다. “책은 소모품이 아니라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가치 제안을 하고 싶었어요.” 그는 앞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온라인몰을 만드는 등 동네 서점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이벤트를 벌일 계획이다.
최근 다른 동네 책방이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유명인이라서 2호점까지 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실제로도 그렇다고 생각을 하지만 앞으로 이를 키워가는 것은 제 몫”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방송인이란 많은 사람이 차려준 밥상에서 밥을 맛있게 먹는 사람인데 저는 이제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 됐잖아요. 지금은 맛있게 밥상을 차리는 일이 재밌는 것 같아요.”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