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 수도권 주택공급대책] '3기 신도시' 광명·하남·고양·김포 거론

수도권 택지개발 후보지 어디
분당·일산등 기존 신도시보다 서울 가까워
안양 박달테크노밸리·구리 토평도 물망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결국 ‘신도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규모 신도시는 더 이상 조성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기조를 바꾼 것이다. 약 100만평(약 330만㎡)에 달하는 대규모 택지 4~5곳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3기 신도시’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3기 신도시는 분당·일산 등 수백만평에 달하는 초대형 신도시에는 못 미치지만 서울 인근에 지구당 4만∼5만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 전문가는 “8·2대책부터 9·13대책까지 지난 1년여간 규제 일변도의 수요 억제 주택정책을 펴다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공급 확대’로 선회하면서 ‘신도시 카드’로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해석했다. 3기 신도시 후보지로는 과거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 해제된 광명 시흥지구와 하남 감북지구, 가용부지가 많은 김포 고촌, 고양 덕은·장항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도시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평가 받고 있는 판교 신도시 전경./서울경제DB

◇3기 신도시 연내 1~2개 발표=국토교통부가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추가로 공급하는 30만가구 가운데 67%인 20만가구는 신도시 형태로 공급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울과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사이에 330㎡(100만평) 이상 대규모 택지 4∼5개소를 조성하기로 했다. 330㎡는 주택 4만∼5만가구가량이 공급될 수 있는 규모다. 평촌 신도시(511만㎡)에 조금 못 미치고 위례신도시(677만㎡)의 절반 정도 크기다.


국토부의 이번 발표로 사실상 ‘3기 신도시’가 조성되는 셈이다. 3기 신도시는 상당수가 그린벨트 해제지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국토부는 향후 연간 수도권 주택 물량의 경우 서울에서 7만2,000가구, 경기 과밀억제권역에서 7만4,000가구 등이 나올 예정이어서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요 억제 정책에 한계를 느낀 정부가 공급 확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신도시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는 연내 1~2개 지역의 입지 선정을 마무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노태우 정권 때 200만가구의 1기 신도시, 노무현 정권 때 판교·동탄 등 2기 신도시에 이어 ‘3기 신도시’를 짓기로 한 것이다.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3년 판교와 화성 동탄2, 파주 운정, 평택 고덕, 인천 청라 등 2기 신도시를 지정한 후 15년 만이다.


◇광명·하남·안양·김포 등 유력 후보=신도시 카드가 공론화되면서 후보지도 관심이다. 업계는 과거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 해제된 광명 시흥지구와 하남 감북지구, 가용부지가 많은 김포 고촌, 고양 덕은·장항 등을 신도시의 유력 후보지로 꼽고 있다. 또 안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박달테크노밸리 조성사업 등도 유력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이 3기 신도시로 가장 유력하게 꼽고 있는 곳은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 해제된 광명 시흥지구와 하남 감북지구다. 이미 그린벨트에서 풀린 상태이고 입지도 뛰어나 신도시급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보고 있다.

광명 시흥지구는 경기 광명시 광명동, 시흥시 과정동 일대에 약 1,736만㎡ 규모로 조성된 부지다. 면적은 1기 신도시인 분당(1,964만㎡)과 일산(1,574만㎡)의 중간 규모다. 당초 보금자리주택 2만2,000가구를 포함해 9만5,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2015년 보금자리지구에서 해제된 뒤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됐다.

하남 감북지구는 경기 하남시 감북동·감일동·광암동·초이동 일대에 조성된 267만㎡ 규모의 택지개발지구다. 역시 2015년 주민과 토지주들의 반대로 보금자리지구에서 해제됐다. 서울 송파구와 바짝 붙어 있고 신도시에 육박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이어서 유력한 대안으로 늘 거론된다. 당초 이곳에서는 보금자리주택 1만4,000가구를 포함해 2만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었다. 고양 덕은·장항, 김포 고촌 등도 후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부동산개발업자 대표는 “서울과 일산 사이에 있는 고양 덕은이나 장항, 또 구리 토평 쪽에 신도시급으로 개발한 만한 땅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요 2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서울로 쏠리는 현상을 막는 데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눈에 보이는 규모의 신도시급 택지지구를 지정해 시장에서 일고 있는 공급 부족 심리를 완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과거 분당·일산 등 초대형 신도시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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