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지난 8월 21일 중국 지난에서 베이징 남역으로 향하는 고속철에서 시작됐다. 한 승객이 고속철 표에 써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지만 그 자리는 이미 한 남자가 차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창가측 좌석을 제멋대로 차지한 그는 좌석 주인이 표까지 보여주며 항의했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
‘좌석탈취남’으로 유명해진 중국의 쑨 모씨. /사진=봉황망
좌석 주인은 결국 열차 차장을 불렀고, 차장은 “몸이 불편하거나 술에 취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으나 ‘좌석탈취남’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차장이 “그럼 왜 일어나지 않으시냐”고 묻자 ‘좌석탈취남’은 “모르겠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해도 일어나기 어려울 테니 휠체어를 갖다달라”며 원래의 자리 주인에게는 “서서 가시든가 아니면 제 자리로 가서 앉으시든가, 식당차로 가시라”고 말했다. 결국 원래의 좌석을 빼앗긴 승객은 종착역까지 다른 자리에 앉아서 가야했다.
이 사건은 누군가의 스마트폰으로 촬영돼 인터넷에 업로드됐고, 순식간에 퍼지면서 중국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중국도 이 같은 사건이 터지면 ‘신상털기’ 총공격에 나서는 네티즌들이 적지 않다. 불과 하루 만에 ‘좌석탈취남’의 이름과 직업이 공개됐고 좌석탈취남은 “태도가 안좋았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사과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이틀 후인 지난 24일 상의를 벗은 채 휠체어를 타고 해맑게(?) 웃고 다니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국민을 비웃는 거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에 따르면 그는 중국에서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지만 시험에서 컨닝한 일이 밝혀져 학교를 그만뒀고, 현재 한국의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좌석탈취남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이 수 차례 발생했다. 지난 19일에는 융저우에서 선전으로 가는 고속철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고, 남의 자리를 빼앗고도 오히려 화를 내는 좌석탈취자의 영상이 퍼지면서 ‘고속철 좌석탈취’는 중국 각 포털의 인기검색어로 위상이 굳어졌다. 이어 장년층 여성이 남의 좌석을 뺏고도 “내가 나이가 많으니 이해해달라”고 주장하는 영상도 업데이트됐다. 첫 번째 좌석탈취남과 두 번째 가해자의 사이에 하트가 오가는 합성 사진을 만들어 ‘비슷한 사람들끼리 잘 됐으면 좋겠다’는 등의 인터넷 밈으로도 발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철로(중국의 철도청)는 ‘좌석탈취남’ 등을 포함한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결정했다. 하지만 고작 200위안(약 3만2,000원)의 벌금과 180일 간의 탑승금지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이처럼 공공의 도덕과 예절을 저버리는 이들에 대한 강한 공권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