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안효섭, ‘서른이지만’으로 배운 ‘내려놓기’ “즐기며 연기했다”

/사진=양문숙 기자

“연기에 대한 만족은 못 한다. 유찬이라는 멋진 아이를 좀 더 잘 표현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유찬은 짝사랑을 경험하며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하는 인물이었다. 마냥 아이같고 장난스럽게만 보여도 극 후반부에는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고백할 만큼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유찬을 만나면서 안효섭도 배우로서 훌쩍 성장했다. 자신을 내려놓고 온전히 작품 속 캐릭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배운 그는 제법 ‘주연 배우’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어있었다.

극중 안효섭이 연기한 유찬은 19살의 조정 선수였다. 전작 KBS2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맡았던 축구 코치 박철수에 이어 또 한 번 체육인 캐릭터를 맡게 된 그는 운동선수처럼 보이는 외면을 만들면서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운동선수들의 특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항상 물에서 활동하는 게 생활화된 아이이다 보니 행동 자체가 큼직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레서 평소에도 액션을 크게 했다. 조정선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살집도 있고 뭔가 튼튼해 보여야 할 것 같았다. 초반에 운동을 해서 조정선수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빠지더라. 그 부분이 제일 아쉬웠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았나 걱정스러웠다.”

19살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은 운동선수 못지않게 어려운 부분이었다. 24살인 안효섭도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미성년자와 성인의 사이에는 쉽게 넘지 못할 낯선 벽이 있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 생활을 거쳤지만 24살이 되면서 그동안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사회생활도 많이 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도 만나고 하다 보니 풋풋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더라. 찬이 특유의 순수함과 맑음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사진=양문숙 기자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해맑음이 특징인 유찬의 성격이 안효섭의 성격과는 많이 달랐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로 함께한 2개월 동안 안효섭은 유찬처럼 세상을 좀 더 행복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나와 찬이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찬이라는 인물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찬이는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인물이기 때문에 항상 텐션을 업 시키려 노력했다. 차츰차츰 드라마에 몰입하면서 인물을 표현하는 게 편해졌다. 찬이를 연기하면서 나도 몰랐던 안효섭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찬이를 닮아가면서 어느 순간 사소한 거에 행복을 느끼는 여유가 생기고 더 많이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주변에서도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렇게 유찬의 모습을 입는 동안 배우로서 안효섭에게도 변화가 나타났다. 유찬을 연기하는 TV 속 안효섭이 아닌, 캐릭터 자체로 살아가면서 안효섭은 연기를 하는 진짜 재미를 알게 됐다.

“이전에는 작품을 찍을 때 긴장도 많이 했고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경직된 상태에서 연기를 했더. 그런데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에서는 외적인 모습에 대한 부담도 내려놓고 ‘유찬이라는 친구처럼 살아야지’라는 생각 만으로 연기를 했다. 그래서 이전보다 좀 더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그 점 하나만으로도 큰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진=양문숙 기자

짝사랑 연기는 어땠을까. 훈훈한 외모 덕에 짝사랑과는 거리가 멀 듯한 그도 고백조차 하지 못한 채 혼자 묻어둔 짝사랑이 있었다고. 이는 우서리(신혜선)를 향한 유찬의 마음을 그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실제로 짝사랑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연기했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고 그때의 상처는 치유가 된 상태여서 그 감정을 꺼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그때 고백을 못 하고 첫사랑을 끝냈다. 그래서 (고백을 한) 찬이가 멋있고 대견해 보였다. 찬이는 남이 상처를 받지 않으면서도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안다. 그런 면에서는 누구보다 제일 어른스럽지 않았나 생각한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근래 보기 드문 ‘착한 드라마’였다. 그 흔한 악역 하나 없이 모든 인물이 환하고 예쁜 웃음을 지으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팍팍한 현실은 잠시나마 잊게하고, 시청자 뿐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한 따뜻한 드라마로 남았다.

“어떻게 보면 비극적일 수 있는 일도 예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 대본을 연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이렇게 예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를 또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 한 구석에 오래 남아있을 것 같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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