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급물살 ...지원책 마련에 분주한 금융권

개성지점 운영 준비 끝마친 우리은행
KB·신한 대북 관련 부서 신설
3대 국책은행 남북경협 방안 고심

우리은행 본사에 마련된 개성지점 임시영업점. /사진제공=연합뉴스

남북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를 통해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공식화하면서 은행들도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책은행 역시 대북 경협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북 전문가 채용 등에 나서며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바로 지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은 지난 2004년 12월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건물에 입주해 영업을 시작했다. 개성공단지점은 여신, 수신업무, 신용장, 외환 업무 등 모든 금융서비스를 개성공업지구 내 입주기업 123개사에 제공했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철수한 후에는 서울 중구 본점 지하 1층에 임시영업소를 마련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지난 14일 열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금융권 CEO 중 유일하게 참석하며 대북 사업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과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성공단지점 영업 재개 여부는 정부에서 결정하겠지만 당시 전산시스템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어 허가만 나면 바로 전산설비를 개성공단으로 가져가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역시 대북 전문가 채용 등 조직 및 인력 개편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북한 전문가 채용 공고를 올렸다. 본사 전략기획부 소속으로 북한 금융인프라 연구와 사업 기회 발굴 등의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산하에 북한연구센터를 설치한 뒤 최근 외부 자문위원들을 위촉했다. 아울러 지주 차원에서는 남북경협 진전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각 계열사 전략담당 부서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7월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금융경협랩(LAB)을 신설했다. 단순 상품개발보다는 리서치, 대북지원, 경협 관련 재단 참여, 포럼·세미나 참여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7년 당시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에서 환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대 국책은행(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수출입은행) 중 유일하게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참여하면서 남북경협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기존 ‘통일 사업부’를 ‘한반도 신경제센터’로 확대 개편하며 ‘남북 경협 연구단’을 신설했다. 앞으로 전문인력을 꾸준히 충원하면서 남북 경협 지원안 마련과 연구를 병행할 방침이다.

수출입은행 역시 대북경협 업무 역량 제고에 나섰다. 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의 기존 인력은 3명에 그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이란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조직 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7월 박사 학위 보유자 2명을 채용하는 등 하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소속 인력이 1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내년까지 연구 인력을 보강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센터’ 설립을 논의 중이다.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제2 개성공단 설립 등 중소기업의 북한 진출이 확산 될 예정인 만큼 단순 자금 지원 외에도 경영 지원 및 컨설팅 등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절반 이상이 주거래 은행으로 이미 이용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지점을 신설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업은행은 ‘IBK모란’ ‘IBK진달래’ 등 상표권 등록도 이미 마쳤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