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 / (로이터)연합뉴스
“저는 김남준입니다. 단점도 많고 두려움도 많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이고 싶은지를 모두 포함해 나를 사랑하세요.”
세계적인 케이팝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무대에 섰다. 한국 가수가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연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낮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진행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행사에 참석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끄는 ‘청년(Youth) 2030’ 프로그램 중 교육부문 파트너십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다. 기성세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권한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유니세프와 손잡고 세계 아동·청소년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시작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알리고 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청년세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역할을 하는 방탄소년단이 이 자리에 있다”고 소개했고, 곧이어 방탄소년단 7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단상 앞에 섰다. 일명 ‘랩몬스터’로 불리는 리더 RM(본명 김남준·24)이 마이크를 잡고 유창한 영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후 7분간 이어진 진솔한 연설에 참석자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이번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와 구테흐스 사무총장 등이 함께했다. 김정숙 여사는 유엔본부 회의장에서 방탄소년단을 만나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을 대변하면서 청소년들에게 힘이 돼 주고 있다”고 격려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5∼6일, 8∼9일 LA 스테이플스센터를 시작으로 월드투어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6일에는 뉴욕 시티필드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시티필드는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홈구장으로 폴 매카트니, 제이지,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 톱스타들이 섰던 무대다. 한국 가수가 이곳에서 단독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최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 리더 RM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김남준의 유니세프 연설 전문이다.
유엔 무대에 데뷔한 방탄소년단 / (로이터)연합뉴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김남준이며 RM으로 알려져있고, 방탄소년단의 리더입니다. 오늘날의 젊은 세대를 이야기하는 중요한 자리에 초대되어 매우 큰 영광입니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유니세프와 함께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캠페인입니다. 유니세프와 파트너로 함께했던 End Violence 프로그램은 모든 폭력으로부터 아이들과 젊은 세대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팬들은 행동력과 열정으로 이 캠페인의 메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정말로 세계 최고의 팬들입니다.
저는 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서울 근처에 있는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강과 언덕과 매년 열리는 페스티벌까지 있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정말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고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했고, 세상을 구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의 초기 앨범 인트로 중에 9-10살 정도에 제 심장이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그때가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보는지 인식하고, 그들의 눈을 통해 저 자신을 보기 시작했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밤하늘과 별을 바라보는 것을 멈췄고, 꿈꾸는 것을 멈췄습니다. 대신에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시선에 저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이어 저는 나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멈췄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조차도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제 심장은 멈췄고, 제 눈은 감겼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령이 됐습니다. 이때 음악이 작은 소리로 “일어나서 너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이 저의 진짜 이름을 부르는 소릴 듣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을 때조차 많은 장애물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일부 사람들은 가망이 없다고 얘기했죠. 때때로 저도 전부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행운이고 감사하다고 여깁니다.
유엔에서 발언하는 방탄소년단 / 연합뉴스
방탄소년단과 김정숙 여사 / 연합뉴스
저는 계속해서 잘못 딛거나 넘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하고 수백만 장의 티켓을 파는 아이돌이지만, 저는 여전히 24살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제가 성취한 모든 것들은 다른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저희의 팬인 아미 여러분들이 저희를 사랑하고 지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는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제의 저도 여전히 저입니다. 오늘의 저는 과거의 실수들이 모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내일, 저는 지금보다 조금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저입니다. 그 실수들은 제가 누구인지를 얘기해주며, 제 인생의 우주를 가장 밝게 빛내는 별자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이고 싶은지를 모두 포함해 나를 사랑하세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앨범이 발매된 이후, (유니세프)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우리는 전세계의 팬들로부터 중요한 메세지들을 듣게 됐습니다. 인생의 시련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에 대해서죠. 이 이야기들은 저희에게 책임감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봅시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라고 촉구하고 싶습니다.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와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피부색은 무엇인지, 성 정체성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말하세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여러분의 이름을 찾고, 여러분의 목소리를 찾으세요.
저는 김남준이고, 방탄소년단의 RM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이돌이며, 한국의 작은 마을에서 온 아티스트입니다. 많은 사람들처럼 저는 제 인생에서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고, 더 많은 두려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저 자신을 북돋고 있습니다. 조금씩 더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스스로에게 이야기하세요.
감사합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