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진주혁신도시에 위치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앞 상가 건물에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진주=정순구기자
경남 진주혁신도시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본사는 걸어서 1분 거리에 메인 상권을 두고 있다. 정문에서 왕복 2차선 도로를 건너면 상가건물이 20개나 된다.
지난 19일 기자가 찾은 이곳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음식점마다 테이블 한두 개만 차 있었다. 1층에 들어선 음식점만 40여개. ‘단체예약 환영’이라는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가게는 텅 비어 있었다.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주변 상가의 70~80%는 가게를 내놨다고 봐야 한다”며 “다들 임대료라도 내기 위해 억지로 버티는 것이지 지금 혁신도시에서 장사하려고 들어오면 백전백패”라고 털어놨다.
지난 2015년 LH가 진주로 옮겨온 지 3년, 진주혁신도시의 상권은 사실상 붕괴돼 있었다. 점심 장사는 맥을 못 추고 있고 저녁과 주말에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임대료는 상인들의 목을 죄고 있었다. LH 정문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점심시간인데 거리에 사람이 없는 이유를 묻자 “평소 공공기관 직원들이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관 내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저녁에는 일찍 귀가하고 주말에는 서울에 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LH는 건물 안에 구내식당과 카페는 물론이고 내과와 외과 등 진료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1시간의 짧은 점심시간 동안 굳이 밖에서 식사를 해결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LH의 한 임직원은 “기관 내 식당과 카페는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며 “밖에서 점심을 먹는 일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남 나주혁신도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1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상가가 비어 있었다. 나주의 상가 공실률은 심각하다. 나주시청에 따르면 현재 공실률은 약 70%에 달한다. 현지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는 “2014년에 들어서서 4년 동안 공실인 곳도 상당하다”며 “한 건물주는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아 다시 월급쟁이를 한다고도 들었다”고 전했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에 위치한 전북혁신도시는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지만 상가 급매물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당초 분양가가 높았던데다 공실에 따른 손실을 한 번에 메우려 하기 때문이다. 진주만 해도 분양면적 100㎡(전용 66㎡) 규모의 1층 상가 분양가는 9억5,000만원. 월세는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250만원 수준이다. 진주혁신도시의 J공인 대표는 “워낙 분양가가 높았기 때문에 공실이 발생해도 상가 주인들이 월세를 좀처럼 낮추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혁신도시의 상권은 1~2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양희관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교통 및 편의시설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권만 좋아지기란 어렵다”며 “도시의 기능이 모두 갖춰지는 5~10년까지는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주·전주=정순구기자 나주=박형윤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