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 라인에서 한 엔지니어가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가 생산직 대상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로 했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중국발 액정표시장치(LCD)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대규모 인력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본지 6월21일자 1·3면 참조LG디스플레이는 파주 및 구미 사업장에서 생산직 직원들에게 희망퇴직 설명회를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5년 차 이상 생산직 직원 중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36개월치 고정급여가 위로금으로 지급된다. 희망퇴직 신청은 오는 10월 초부터 약 3주간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구조 변화를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 비중을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LCD 매출 비중이 90%에 달한다. LCD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사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유휴 인력 중 순수 희망자에 한해서만 희망퇴직을 받는 것”이라며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 등 사무기술직군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여 미래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20조원을 OLED 생산시설 구축에 투자하기로 했다. 파주 10.5세대 OLED 공장 ‘P10’을 비롯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파주 6세대 OLED 공장 ‘E6’ 등에 매년 5조원가량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올해까지 구미 LCD 라인 중 4개를 폐쇄했다. 파주 8세대 LCD 생산 라인 2곳을 OLED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대대적으로 변화하면서 관련 인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80여명의 직원을 LG화학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실적 악화와 인건비 부담 때문으로 LG디스플레이 공정개발·구매 부문 직원들이 LG화학 서울·청주·오창의 정보전자소재 부문, 전지사업 부문으로 재배치됐다.
당장 LG디스플레이 측은 희망퇴직이 ‘생산직 대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호적인 OLED 사업 환경에 맞춰 사무기술직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예상은 다르다. 이번 생산직 희망퇴직이 신호탄이라는 관측이다. LG의 한 관계자는 “이미 6월부터 생산직을 비롯한 사무기술직 전반에 대한 다양한 희망퇴직 수요조사를 벌였다”면서 “경쟁사에 비해 인력이 많은 생산직부터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LG 관계자는 “사무기술직 신규 채용은 진행하지만 기존 근로자 중 저성과자 중심의 퇴직 권유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며 “희망퇴직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할 뿐”이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투자를 위한 외부 자금 수혈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7월 특수목적회사(SPC) 설립 후 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우리은행 신용공여)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1년 새 5건, 9,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지난 21일에는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NH농협은행·중국공상은행 등 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8,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 계약을 체결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보다는 나은 선택으로 보이지만 적자 가운데 투자 여력이 빡빡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희철·박효정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