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택시승객이 벨트 맬까요?...얼굴 붉힐 일 걱정"

전좌석 안전띠·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첫날 현장스케치
택시 뒷좌석 90% 안전띠 안매고
자전거 안전모 대부분 착용안해
영유아 카시트 등 인프라도 미비
계도기간후 단속 실효성 논란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2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경찰이 자전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안전모 착용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술 마시고 택시 뒷좌석에 탄 손님이 안내에 따라 안전띠를 맬까요. 안 그래도 술 취한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얼굴 붉힐 일이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네요.”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및 자전거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첫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카시트·안전모 등 관련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속의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8일 서울 세종로 사거리 오후2시 지나가는 택시 10대 중 8~9대에서 뒷좌석 탑승자가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 종로경찰서 교통안전계 소속 경찰들은 세종로 사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인 운전자들에게 ‘다 타면 출발 X, 다 매면 출발 O’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나눠주며 홍보에 나섰다. 전단지를 받은 시민들은 대부분 몰랐다는 반응이다. 택시기사 오모씨는 “오늘 태운 손님들 대부분이 뒷좌석도 안전띠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택시 뒷좌석에 탄 승객 중 일부는 전단지를 받고 급하게 안전띠를 매기도 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이날부터 차량 탑승자는 모두 안전띠를 매야 하고 동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운전자가 과태료 3만원을 내야 한다. 동승자가 13세 미만이면 과태료는 6만원으로 배가 된다. 두 달 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뒤 오는 12월부터 단속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반드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하는데 대부분 택시에서 카시트를 비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살배기 아이를 둔 김모씨는 “아이 데리고 택시 타지 말라는 조치”라며 “대책 없이 정책만 남발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자전거 안전모의 의무 착용도 이날부터 시행됐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강제성이 떨어지는데다 시민들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탄다는 이모씨는 “직장과 집까지 거리가 10분 내외인데다 머리 손질을 했는데 헬멧을 쓰면 다 헝클어진다”며 “굳이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 10명 중 4명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관계 기관의 준비 부족으로 자전거 안전모를 대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강공원에 위치한 한 대여점의 경우 자전거 보유량은 500대인 반면 안전모는 50개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띠와 자전거 안전모 착용은 앞으로 두 달 간 계도 기간을 갖고 홍보에 나설 것”이라며 “관련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대책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서종갑기자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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