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안시성’ 배성우의 연기 비결..“준비는 YES, 미리 결정은 NO”

'라이브'는 인간의 정서를 기가 막히게 담아낸 현대극..전율 느낄 정도
“의미와 재미가 혼합 된 작품, 선호해"

‘멋졌다가 짠했다가’ 어느새 빠져드는 배우 배성우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안시성 ‘추수지’와 라이브 ‘오양촌’ 사이에 배성우가 있었다. ‘매력 화수분’ 배우 배성우를 서울 종로구 팔판동 ‘보드레 안다미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종영한 ‘라이브’에서 따뜻한 인간미도 있고 사명감도 가진 진정한 경찰 ‘오양촌’으로 활약했던 배성우가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석·제작 영화사 수작)의 부관 추수지로 돌아왔다. 배성우는 안시성 성주 양만춘(조인성)과 함께 당나라 최강 대군의 공격에 맞서는 액션을 선보인다. 김광식 감독은 배성우에게 “액션이면 액션, 드라마면 드라마, 감정이면 감정까지, 모두 소화 가능한 전천후 배우”라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배우 배성우 /사진=㈜영화사 수작/㈜스튜디오앤뉴

배성우는 인생작 ‘라이브’에서 오양촌이 곧 배성우, 배성우가 곧 오양촌임을 증명했다. 그는 “‘라이브’ 대본을 받고선,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간 제 잘못이란 생각이 들어 진짜 열심히 했던 드라마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열심히 하면서도 너무 재미있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던 작품이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 ‘더 킹’(2017) VIP 시사회 때 처음 만난 노희경 작가와의 인연이 ‘라이브’로 이어졌다. 그는 “나를 잘 봐주신 것 같더라. 조인성이 작가님을 소개해줬다.”고 뒷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그 전부터 노희경 작가의 전작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 말하면, “충격적으로 잘 봤다”이다. 2004년 KBS2TV에서 방영된 노희경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 이야기였다.

“충격적으로 잘 본 작품이 다들 알고 계신 워낙 유명한 작품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치매 걸린 엄마가 가슴에 가슴에 빨간 약을 바른 장면이 유명하잖아요. 사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봤어요. 서사를 모르는데도, 그냥 막 보게 된 드라마였어요. 시청자로서 드라마안에 담겨있는 정서가 놀라웠어요. 인간 안에 있는 꺼내기 싫은 정서를 그렇게 공감되게 잘 담아내시잖아요. 마치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고전극에서 느끼는 섬뜩함이라고 할까요.”

노희경 작가 작품을 좋아해서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심한 배성우, 그런데 배역 이름인 ‘오양촌’이란 이야기를 듣고, 혹시 웃기고 이상한 애는 아닐까 걱정했다는 솔직한 이야기도 털어놨다.


“‘라이브’ 대본을 보고 놀랐어요. 사실 역할 이름만 들었을 땐 웃긴건가? 했는데, 그렇다고 걱정은 안 했는데 대본을 보니 너무 멋있더라. 잘못하면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 걱정될 정도로 계속 변화해나가는 인물이잖아요. 인간의 정서를 기가 막힐 정도로 드라마에 담았다고 생각해요. 전율을 느낀 현대극으로 느껴졌으니까요. ”

배성우는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 이후, 무대 및 스크린의 문을 두드렸다. 최근엔 드라마 ‘라이브’를 비롯해 영화 ‘베테랑’, ‘더 킹’ 등 다양한 작품에서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 배우다. 그의 연기 비결은 ‘유연성’에 있었다. 준비는 해가지면 미리 결정해가지는 않는 게 팁이라면 팁이었다. 그는 “배우는 유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안에 갇힐 수 있다. ”는 말을 실천하고 있었다.
영화 ‘안시성’ 스틸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Live)’(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속 배우 배성우

배우 배성우 /사진=㈜영화사 수작/㈜스튜디오앤뉴

“‘준비는 많이 해가 돼 결정하지 말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기억에 남아요. 배우는 유연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갇힐 수 있어요. 배우가 준비해간 대로 결정해서 가버리면, 작품이 갇힐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본인도 불편하지만 관객이 불편 할 수 있어요. 배우들이 준비를 해가는 이유는 결정하기 위함이 아니잖아요. 준비를 해가면 여유가 생기고 상황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요. 작품이나 인물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한 유연성을 놓고 싶지 않아요. 기본 선을 지키면서 정확하게 욕심을 부리고 싶어요. ”

그는 ‘재미’와 ‘의미’가 함께 갈 수 있는 작품을 선호했다. “재미있는 작품인데 의미가 결합되지 않으면 공허하다”는 철학도 내놓았다. 관객의 관점에서 ‘재미는 있는데 뭐하러 봤지?, 저 사람이 나에게 왜 보여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의문은 건설적인 의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의미 없는 재미와 웃음은 가책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의미와 재미가 혼합 됐을 때 그 작품이 정말 재미있어요. 오롯이 작품 전체를 다 느낄 수 있거든요. 보고 나서도 그 재미가 오래 갈 수 있구요. 의미없는 재미를 줬을 땐 약간 허탈감이 몰려오잖아요. 저도 상업 영화를 주로 찍고 있고, 드라마도 굉장히 상업적인 매체잖아요. ‘의미’를 추구하고 그걸 위해 노력을 하는 건 분명하지만, 결국 배우가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걸 관객분들도 느낄 수 있어야 ‘진짜 재미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교훈적으로 ‘의미’를 준다는 게 아닌 작품과 관객이 같이 가야 재미가 크지 않을까요. 요즘엔 계속 그런 생각이 들어요. 배우는 작품 안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성우와의 이야기꽃은 즐거웠다. 하지만 인터뷰 말미, 그는 “개인적으로 수줍음을 덮으려고 수다를 떠는 성격이다. 실제론 내성적인 편이다”는 반전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안시성’의 멜로 주인공 엄태구를 예로 들었다. 엄태구는 울렁증이 심해 ‘라디오 스타’도 나오지 못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 엄태구가 전형적으로 쑥맥인 수줍은 성격이라면, 본인은 그와는 반대로 수줍은 성격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란다. 한 가지 더 “안시성 사람은 엄태구 성대모사를 다 따라 할 줄 알아요. 주혁이도 잘 따라한다. ”며 엄태구 배우의 전매특허인 허스키한 목소리와 수줍은 양손 제스처를 그대로 선보였다.

“배우들은 수다쟁이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배성우의 지론도 펼쳤다.

“대화에 능숙해요. 친한 배우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해요. 술을 못하는 사람이랑은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하죠.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죠. 어차피 배우의 연기라는 게 따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어떤 예술도 홀로 따로 할 수 없어요. 배우도 누가 찾아줘서 작품 안에 나오지 않으면 무의미해요. 결국 공동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함께하는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으면 불편해져요. 그렇게 되면 퀄리티도 한정적이지 않을까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재미있게 작업하고 싶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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