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 위협받는 자궁경부암 치료 성적

김상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완치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5년 생존율은 약 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65%보다 월등하게 높고 미국(67%), 일본(72%)도 능가한다.

자궁경부암은 과거 한국 여성의 4%에게서 발생할 정도로 매우 흔한 암이었지만 자궁경부세포진 검사(pap smear)로 불리는 자궁경부암 검진이 도입되면서 꾸준히 감소했다. 그러나 20~30대 젊은 여성에게서 자궁경부암은 줄어들지 않았고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 내 병변까지 합하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현재 20세 이상의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암 치료비는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무료 자궁경부암 검진과 저렴한 암 치료비,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까지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참으로 복이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치료 성적이 이렇게 좋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치료를 담당하는 부인암 전문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대 과정 6년, 인턴·전공의 5년, 군 복무 3년, 부인암 분과 전문의 2년을 합해 무려 16년의 수련기간과 부인암 분과 전문의 고시 합격이라는 아주 길고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에도 나날이 발전하는 의학과 수술 술기 등을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개발을 해야 한다.


부인암 전문의들은 의사 본연의 사명감과 국민 건강을 위해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의사들을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한때 300명 가까이 됐던 산부인과 전문의가 100명 이하로 줄어든 지 10년도 더 됐다. 그나마도 90% 이상이 여자 의사이고 남자 전공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산부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부인암 분과 전문의를 하겠다는 의사들은 더욱 찾기 어렵다. 왜 그럴까.

원인은 한 가지다. 원가 이하로 책정된 산부인과 진료비가 문제의 근원이다. 기존의 산부인과 의사마저도 본연의 산부인과 진료만으로는 병원을 운영할 수 없어 산부인과 의사이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간다. 그러니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겠다고 나서는 의사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매우 큰 이슈의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은 7,530원이다. 건강보험 의료수가(의료 서비스 가격)에서 상대가치가 도입된 지난 2000년에 최저임금은 1,600원이었다. 18년 동안 최저임금은 4.7배 인상됐다. 반면 2000년 약 5,000원이던 자궁경부세포진 검사비는 8,000원으로 겨우 60% 올랐다. 최저임금이 5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자궁경부암 검진비는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믿을 수 없는 수치이지만 현실이다.

자궁경부세포진 검사비뿐만이 아니다. 자궁경부암 확진을 위해 시행하는 질확대경 검사(colposcopy)도 1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른 내시경 검사나 초음파 검사는 적어도 4만~5만원 이상인데 질확대경 검사 수가가 이렇게 낮다 보니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반 병원에서는 질확대경 검사가 사라진 지 오래됐다. 대학병원에서만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시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부인암 관련 수술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자궁경부암 검진·진단·치료와 관련된 수가를 개선하지 않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합리적인 보상 없이 의료진에 일방적 희생을 계속 요구한다면 자궁경부암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의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자궁경부암 검진 및 진단 의료수가 정상화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