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진정한 컴퍼니 빌더를 꿈꾼다’

‘컴퍼니 빌더’ 사업모델로 한국의 알파벳 꿈꾼다.

[사진=차병선 기자]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독특한 기업이다. 우선 스타트업을 직접 만든다.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원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간다. 이 회사는 투자도 진행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스타트업과 기업에 투자를 진행해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그 외에도 공유오피스 플랫폼 ‘패스트파이브’, 직장인 교육 프로그램 ‘패스트캠퍼스’ 등을 통해 직접 사업도 펼치고 있다.

상당한 규모와 자본력을 가진 중견기업 사업 포트폴리오처럼 느껴지지만,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를 표방하는 창업 6년 차 ‘스타트업’이다.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일본의 소프트뱅크(SOFTBANK), 독일의 로켓인터넷(ROCKET INTERNET)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이 모두 패스트트랙아시아와 유사한 ‘컴퍼니 빌더’ 비즈니스 모델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

이들을 롤모델로 대한민국, 나아가 아시아 대표 컴퍼니 빌더로 거듭나고 있는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를 만나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사진=차병선 기자] 서울 강남구 패스트파이브 삼성 2호점에서 만난 박지웅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구글(Google)이 이른바 ‘알파벳 프로젝트’를 세상에 공개했다. 알파벳 프로젝트는 ‘알파벳(Alphabet)’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A부터 Z에 이르는 각 알파벳마다 이에 부합하는 회사를 하나씩 채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검색 플랫홈 ‘구글’도 알파벳에 편입됐다(구글은 알파벳 프로젝트에서 알파벳 ‘G’에 해당한다). 이때부터 IT 업계에선 ‘스타트업 지주 회사’라는 용어가 새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IT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공룡 기업’ 구글의 새로운 도전이라는게 그 이유였다. 그런데 구글보다 3년 앞선 지난 2012년 ‘스타트업 지주 회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국내 기업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패스트트랙아시아(FastTrackAsia)’다.

◆진정한 ‘컴퍼니 빌더’를 꿈꾸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서 ‘지주 회사’ 형태를 가장 잘 구축한 곳은 독일의 ‘로켓인터넷’이다. 지난 2007년 창업한 로켓인터넷은 현재까지 100여 개 국가에서 약 80여 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로켓인터넷은 국내 시장에도 상륙해있다.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와 ‘배달통’의 최대주주가 바로 로켓인터넷에서 만든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 히어로’다.

로켓인터넷은 독일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거대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성장했다. 독일이 유럽의 대표 ‘창업 허브’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도 로켓인터넷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기본적으로 로켓인터넷의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지주회사로서 새로운 스타트업을 직접 만들어 운영한다. 하지만 기본 조직 골격만 유사할 뿐, 성장 전략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로켓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모방’에 근거해 성장해왔다. 미국에서 성공한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의 ‘카피캣’ 서비스를 만들어 유럽 및 이머징 마켓에 론칭했다. 기존 성공모델을 ‘모방’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로켓인터넷이 성장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되었다.

지난 2010년 무렵부터 ‘전자상거래 전문 플랫폼’에 집중하 기 시작한 것도 몇 년간 ‘모방’을 통해 축적해온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내놓은 전략이었다.

반면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철저한 준비와 분석으로 시장에 대응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장을 융합하고 아우르는 아이템 개발에 몰두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 프레임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서비스(포털 사이트)와 사용자들의 소비·지출을 타깃팅한 서비스(O2O 등)가 그것이죠. 저희는 후자에 주목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 4인 가구 소비 지출 항목을 분석했어요. 당연히 의식주와 관련된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교육과 관련된 지출도 상당하더군요. 그래서 우선 의식주와 교육 분야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세부적으로 기존 오프라인 플레이어들이 굳건한 분야 중 지난 10여 년 간 이른바 ‘혁신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않았던 영역에 집중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분야가 바로 교육(패스트캠퍼스), 부동산(패스트파이브), 투자 및 금융(패스트인베스트먼트), 패션(스트라입스&소울부스터), 식품(푸드플라이&헬로네이처)이었다.

◆패스트-비(非)패스트의 ‘투 트랙 전략’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들의 이름에는 한 가지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패스트’라는 단어의 유무이다. 패스트캠퍼스, 패스트파이브, 패스트인베스트먼트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에는 ‘패스트’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런 차이는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에서 발생했다. 우선 ‘패스트’가 붙어있는 회사는 박지웅 대표 주도 아래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만들어 운영하는 회사들다. 이들은 박 대표가 하나의 ‘팀’을 꾸려 최소 1년 이상 사업을 운영한 뒤, 일정 궤도에 오르면 박 대표를 뺀 기존 팀에게 경영을 넘기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현재 박지웅 대표가 패스트캠퍼스, 패스트파이브,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공동대표에 올라 있다. 이강민(패스트캠퍼스), 김대일(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가 지주회사 차원의 결정이 필요없는 대부분의 경영활동을 전담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 ‘패스트’라는 단어가 없는 회사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탄생한다. 이들 회사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추구하는 ‘컴퍼니 빌더’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박지웅 대표는 말한다. “우선 내부적으로 사업 아이템과 함께 대략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합니다. 얼개가 그려지면 바로 믿을 수 있는 경영자를 영입하죠. 조건은 아주 간단명료 합니다. 해당 영역에서 가장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지를 평가하죠. 그렇게 영입된 경영자들과 함께 논의를 거친 후 회사를 만들고, 내부 경영을 그들에게 전적으로 일임합니다. 그러나 투자 혹은 자금과 관련된 업무는 지주회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진=패스트트랙아시아] 패스트파이브 삼성2호점 내부 모습.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돼온 7개 회사는 현재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선 패스트캠퍼스와 패스트파이브는 설립 3~5년 만에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기는 핵심 자회사로 성장했다. 패스트인베스트먼트 역시 다양한 투자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패스트’가 빠진 자회사들이다. 그동안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창업한 ‘비(非) 패스트’ 계열사는 총 4곳이었다. 하지만 현재 패스스트랙아시아 사업 구조에 남아있는 계열사는 맞춤형 남성복을 제작하는 스트라입스(STRIPES) 뿐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회사는 어떻게 된 것일까? 박지웅 대표는 이 부분에서 경영자로서 ‘의사결정의 어려움’을 처음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우선 헬로네이처와 푸드플라이는 아주 긍정적인 방향에서 사업이 마무리됐습니다. 각각 온라인 푸드마켓, 음식 배달 분야에서 성과를 올려 기존 대형 플레이어에 인수됐으니까요(헬로네이처는 2016년 12월 SK플래닛 ‘11번가’에, 푸드플라이는 2017년 9월 ‘딜리버리 히어로’에 매각됐다). 그러나 소울부스터 사업 중단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전에 없던 ‘여성 맞춤형 속옷’ 아이템이었지만, 계속 사업을 끌고 나가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어요. 소울부스터 사업 중단 여부를 논의하던 중, 때 마침 지주회사 차원의 큰 투자계획이 잡히기도 했고요. 두 개 사업을 함께 끌고 가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와 결국 소울부스터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아쉽긴 하지만, 회사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두 회사 매각을 통해 투자금액보다 많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지주회사 주주들에 배당으로 돌아갔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30억 원씩 총 60억 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처럼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지주회사형 컴퍼니 빌더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며 업계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핵심 사업군은 ‘교육’과 ‘투자’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투자, 부동산, 교육 분야를 핵심 사업군으로 삼고 있다(‘패스트’라는 이름을 달고 지주회사가 직접 경영에 관여한다). 그 중 우선 투자를 전담하는 패스트 인베스트먼트(FAST INVESTMENT)를 살펴보자. 201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다양한 기회를 발굴해 펀드 조성, 지분 매입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단기 회수’를 목적으로 투자를 실행하는 다른 벤처캐피탈(VC)이나 투자사들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기획하고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만난 많은 스타트업 대표 중에는 투자처의 지속적인 투자금 회수 압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패스트인베스트먼트는 투자 콘셉트부터가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투자 행위를 ‘포트폴리오 관리’가 아닌 ‘창업자·경영진을 위한 서비스’ 개념으로 바라본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제대로 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별성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박지웅 대표를 포함한 패스트인베스트먼트의 주요 구성원들이 모두 회사를 직접 만들어 성장시켜본 경험들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거 ‘창업자’로서 어려움을 겪어봤기에 현재의 창업자와 경영자들에게도 ‘가짜 도움’이 아닌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박지웅 대표는 말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창업자들이 진정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나 투자사들은 금전적인 부분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요. 물론 그들의 상황을 이해는 합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투자를 원하는 1,000개의 포트폴리오가 10명의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기 위해 다가오는 상황이니까요. 그럴 경우 주어진 시간이 1분이라면 그걸 100으로 나눠 검토에 할당 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보니 할 수 있는 건 그저 투자 완료 후, 언론 혹은 SNS에 ‘투자단행’이라는 제목의 글을 내보내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와 우리 회사 구성원들은 기업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에 투자를 하는 투자사 대표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지난 5년간 사업을 하면서 약 500억 원 규모의 투자(지주사 및 자회사 합계)를 유치한 기업 대표이기도 하니까요.”

지금까지 패스트인베스트먼트는 약 20여 개의 회사에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를 받은 대다수 기업들은 각종 경영 컨설팅, 사무 공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패스트인베스트먼트와 계열사의 지원을 받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또 다른 계열사 ‘패스트캠퍼스(Fast campus)’는 실무역량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회사다. 특히 ‘패스트’라는 브랜드 명을 동종 업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각인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과연 사회생활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은 지극히 학문적인 내용에 머물러 있어 실제 업무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이 회사의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했다. 패스트캠퍼스는 현업과 연관된 전공자들도 회사 입사 후 상당 기간 ‘업무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빠르게 현업에 적응할 수 있는 현장 중심 교육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패스트캠퍼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온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에 패스트캠퍼스가 선보이는 커리큘럼은 곧 교육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지난 2013년 창업 후 패스트캠퍼스는 블록체인을 포함해 ▲프로그래밍 ▲데이터사이언스 ▲마케팅 ▲비즈니스 ▲스타트업 ▲파이낸스 ▲크리에이터 ▲외국어 9개 카테고리에서 콘텐츠를 개발해 공급해왔다.

패스트캠퍼스는 본격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선보인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총 450여 개 교육과정을 진행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1,000여 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패스트캠퍼스는 누적 수강생이 1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자회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패스트캠퍼스는 오프라인 강의실을 벗어나 온라인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실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콘텐츠를 ‘수학의 정석’처럼 한데 엮어 온라인에서도 수강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박지웅 대표는 “연 매출 100억 원 시대를 연 패스트캠퍼스는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대표적인 B2C 사업”이라며 “그동안 VC로부터 총 55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쑥쑥 크는 공유오피스 사업

지난 9월 중순, 기자가 박지웅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은 곳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패스트파이브 삼성 2호점’이었다. 이 곳은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자회사 ‘패스트파이브’에서 운영 중인 ‘공유오피스’다. 공유오피스는 말 그대로 ‘오피스’ 공간을 여러 사람이 ‘공유’해 활용하는 사무실을 말한다.

[사진=차병선 기자] 박지웅 대표는 ‘컴퍼니 빌더 형 스타트업 지주 회사’라는 개념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젊은 창업가다.

박지웅 대표는 패스트파이브 사업을 처음 구상했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한 후 대학교 후배인 김대일(현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과 카페에서 만난 날이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꽂혔어요. 문득 ‘카페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사무실에서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각자 업무를 한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때 마침 그런 생각과 연관된 ‘공유오피스’라는 개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선 작게라도 한번 실행에 옮겨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이후 박 대표와 멤버들은 3호선 남부터미널역 인근 작은 빌딩에 마련된 150평 규모의 공간을 임차했다. 그 후 몇 개월 간 사무실 오픈 준비를 했다. 성공 전략을 마련하는 것 같은 거창한 준비는 하지 않았다. 그저 공간을 채울 의자와 책상, 서랍장 등을 조립했을 뿐이었다. 인테리어와 내부 디자인도 패스트파이브 구성원들이 맡아서 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경험은 패스트파이브가 공유오피스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로 성장하는데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박지웅 대표는 말한다. “1호점이 그야말로 대박이 났습니다. 처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오픈 한 달 만에 모든 좌석과 공간이 젊은 창업자, 프리랜서, 중소기업 종사자들로 가득 찼거든요. 그때부터 공유오피스 시장의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판을 벌려보자고 생각했죠.”

패스트파이브의 성장세는 규모의 변화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자가 박지웅 대표를 만난 삼성 2호점의 규모는 1,500평이다. 이는 1호점 150평보다 10배 큰 규모다. 패스트파이브는 매년 적게는 3곳, 많게는 7곳까지 공유오피스를 확장해왔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2018년 9월 기준 패스트파이브 전 지점의 평균 입주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매우 성공적인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공간’, ‘서비스’, ‘커뮤니티’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커뮤니티’와 ‘서비스’다. 사실 공간의 모습은 패스트파이브나 국내 주요 공유오피스나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효율적 업무를 돕는 사무 공간, 다양한 규모와 콘셉트의 회의실, 폰부스와 휴게공간을 구비하고 있다. 냉난방 시설, 유무선 인터넷, 각종 OA기기 등 공간을 채우고 있는 기본적 편의시설과 복지시설도 비슷한 상황이다.

차이는 커뮤니티와 서비스에서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공유오피스는 ‘소통’이 중요하다.각기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입주자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커뮤니티’의 핵심 기능이다.

패스트파이브에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입주사의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는지 먼저 생각해 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한다. 매월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와 네트워킹 모임에서도 입주사 멤버들의 적극적이고 원활한 소통을 돕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또 패스트파이브는 소규모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세무, 법률, IT 인프라 같은 분야에서도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파트너스’라는 이름의 입주사 전용 제휴 서비스를 통해 입주사들은 대기업 수준의 각종 업무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재 패스트파이브 파트너스에는 아마존 웹서비스(서버 및 클라우드), 가비아(웹 도메인), 자비스(세무기장 서비스), 법무법인 로고스(법률 자문) 등 다양한 기업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 파트너사에게 패스트파이브와의 협업은 ‘동반성장’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그들은 소규모 기업과 함께 협업을 진행하며 미래 잠재 고객 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찾고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김성훈 변호사는 패스트파이브와의 협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수많은 로펌들은 새로운 경영전략을 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변호’라는 본업만으론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 상황에서 패스트파이브와의 협업은 실제로 새로운 사업전략을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이 곳에서 만난 창업가 중 상당수는 ‘동업’에도 계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니즈를 파악한 후, 내부적으로 동업 관련 법률 세미나 개최를 논의하기도 했었습니다.”

패스트파이브에는 지금도 수많은 기업, 단체, 개인 사업자들의 입주 문의가 쏟아지고있다. 스타트업 같은 전통적인 공유오피스 고객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견·중소기업, 대기업 태스크포스(TF), 외국계 기업 지사 등의 입주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패스트파이브 입주사 중 스타트업의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중소중견기업(45%), 외국계 지사(15%), 대기업 TF(15%)가 차지하고 있다.

박지웅 대표는 “올해 안에 강남에 17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내년까지 총 20호점오픈이 완료되면 전 지점 합계 2만 명을 수용하는 국내 최대 공유오피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지주회사 도약 꿈꾼다

지난 8월 패스트인베스트먼트는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투자 대상이 공개되자 국내 벤처캐피털, 나아가 투자업계는 너 나 할 것 없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투자대상 기업이 바로 ‘항공사’였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였다. ‘저렴한 운임’, ‘넓은 좌석’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비전으로 제시한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말 취항을 목표로 자본금과 항공기 확보 등 세부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결정의 배경에는 ‘혁신이 있다면 투자한다’는 박지웅 대표의 철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박 대표는 말한다. “사실 처음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를 만났을 땐 항공 산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국내 항공시장의 90%를 대기업과 그 계열사가 독과점하고 있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수준만 알고 있었죠. 제가 주목했던 부분은 김종철 에어프레미아 대표의 철학이었어요. 예순을 바라보는 기업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혁신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계셨습니다. 마치 대기업에서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중년의 경영자가 퇴직 후 그 기업의 대항마를 만들겠다며 창업에 도전하는 모습이었어요(김종철 대표는 국내 대표 LCC 제주항공의 CEO를 역임했다).”

일단 결심을 하자 박지웅 대표는 망설임 없이 에어프레미아 투자를 진행했다. 앵커투자를 시작한 지 고작 2주 만에 1차 목표였던 105억 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에어프레미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박지웅 대표는 당분간 패스트인베스트먼트 중심의 ‘투자 사업’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진=패스트트랙아시아] 주거서비스 ‘라이프’ 론칭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지웅 대표.

물론 이 같은 선택이 가능했던 이유는 나머지 핵심 사업, 즉 교육과 부동산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지웅 대표는 “앞으로는 웬만하면 자회사를 매각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키워볼 생각”이라며 “패스트파이브와 패스트캠퍼스의 경우에는 지금의 성장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웅 대표가 지주 회사 형태를 창업 모델로 삼은 이유는 ‘많은 것을 동시에 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이는 박 대표 뿐만 아니라 창업에 함께했던 신현성 현(現) 티켓 몬스터 이사회 의장과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에 없던 ‘스타트업 지주 회사’를 만들기 위해 그가 벤치마킹 한 기업은 다름 아닌 미국의 ‘버크셔 해서웨이’였다.

그러나 버크셔 해서웨이만큼 성공을 거두기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그럼에도 ‘컴퍼니 빌더 형 지주 회사’라는 국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회사를 창업했다는점 만으로도 높은 평점을 받을 만하다.

박지웅 대표도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 회사를 대기업에 버금가는 지주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다. 박 대표는 말한다. “회사 규모로만 놓고 보면 저희는 교육, 부동산, 금융을 축으로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그 어떤 기업보다 크다고 자부해요. 지금 같은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대기업 규모의 지주회사로 성장한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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