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에게 이보다 더 멋진 인사말이 있을까. ‘라베’는 생애 최소타를 뜻하는 ‘라이프 베스트스코어’를 줄인 말이다. 가을은 골퍼에게도 결실의 계절이다. 연초부터 갈고 닦은 1년 골프 농사의 열매는 바로 빛나는 스코어카드다. 유난히 길고 뜨거웠던 올 여름 동안 골프채를 놓았던 골퍼라면 이제 샷 감각을 끌어 올려야 할 때다. 최고의 라운드는 말 그대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최고의 샷을 할 수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다. 자신감이 스코어를 낮춰준다. 막연한 목표 의식만으로는 부족하다. 라운드 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취약한 부문을 강화하는 노력이 자신감을 높인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플레이의 즐거움과 만족스러운 스코어를 모두 얻을 수 있는 비결들을 모았다.
◇라운드 전 미리 타수 줄여라=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골프장 가던 길을 떠올려보자. 전날 지도를 펴보고 전체적인 경로를 기억해뒀을 때와 당일 무작정 방향을 잡아 출발했을 때 도착 시간은 확연히 달랐을 것이다. 라운드도 비슷하다. 시작 전 몸과 마음의 준비가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체적인 하루의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티오프 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게끔 기상 시간과 출발 시간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뒤늦게 도착하자마자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고 첫 홀로 향하는 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일이다. 전날 중요한 일을 처리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라운드 도중 업무 염려를 하거나 일정을 처리하면 마음도 바빠지고 스윙도 빨라진다. 골프장에 도착해서는 플롭 샷 같은 기술적인 연습보다는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가볍게 스윙을 하며 리듬감을 찾는 게 효율적이다. 연습 그린에서 긴 퍼트를 몇 차례 하며 그린 스피드와 거리감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관된 준비과정을 따르라= 실제 동작을 하기에 앞서 일정한 과정을 밟아나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믿음과 편안함을 갖게 된다. 무의식에 가까워지면서 긴장과 부정적 생각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실제 동작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야구에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 똑같은 행동을 습관적으로 지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에서나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어드레스 순서를 갖추고 스윙할 때마다 이를 반복한다. 프로 선수들을 보면 대체로 비슷한 루틴을 따라 어드레스에 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준비과정은 항상 똑같은 속도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긴장될수록 자신도 모르게 준비 속도가 빨라지기 쉬운데 이는 나쁜 스윙 리듬으로 이어진다.
◇믿을 만한 드라이버 샷을 갖춰라= 쇼트게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타수 관리는 티샷에서 시작된다. 드라이버 샷을 OB(아웃오브바운즈) 지역이나 해저드, 나무 아래로 보내면 그린 주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1~2타나 그 이상의 타수를 까먹게 된다. 최근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더 많이 페어웨이를 적중시키는 해답은 간단하다. 스윙을 강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헤드스피드를 빠르게 하면 올려치는 형태로 임팩트 구간을 지날 수 있는데 이는 높은 탄도로 곧고 멀리 날리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또 빠르고 자유로운 다운스윙은 손을 쓰는 등의 ‘인위적인 조정’을 피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다만 다운스윙을 하기 이전까지는 ‘속도’라는 말을 잊어버리고 천천히 시동을 걸어야 한다. 빠르게 시작하면 스윙궤도를 벗어나기 십상이다.
◇웨지샷 개선에 투자하라= 그린을 눈앞에 두고 뒤땅 치기, 볼의 머리나 허리를 때리는 실수가 나오면 먼 거리에서 실수했을 때보다 심리적인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라운드 내내 불안하기도 하다. 연습장에서 웨지 샷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좋다. 칩샷 등 그린 주변 웨지 샷에서 흔히 저지르는 큰 실수는 클럽을 들어 올리면서 볼을 띄우려고 애쓰는 것이다. 어드레스에서 양손이 볼보다 앞서 있는 ‘핸드퍼스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볼을 긁어낸다는 느낌으로 치면 클럽헤드가 아래로 향하면서 볼과 만나고 클럽의 로프트에 의해 볼은 자연스럽게 살짝 떠오른다. 30~70야드 사이 거리는 2~3개 웨지(505456도 등)의 ‘중간’ 백스윙 크기(절반과 3분의2 등)에 따른 샷 거리를 파악하면 웨지X스윙의 4~6가지 샷 거리 조합으로 핀을 공략할 수 있다.
◇중장거리 퍼트 ‘OK거리’에 붙여라= 3퍼트만 없애도 18홀에서 3~4타를 줄일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자주 남기는 퍼트 거리가 7~10m라는 통계가 있다. 프로들의 성공률도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거리다. 방향보다는 홀 50~60cm 이내에 붙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연습그린에서 10m나 15m 거리 퍼팅을 몇 차례 하면서 이 거리의 후방 스트로크 크기를 기억해 두면 컨시드를 받아 홀을 마무리하는 빈도가 높아질 것이다. 유의할 점은 볼 앞에서 고정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어드레스부터 임팩트를 지나고 나서, 심지어는 볼이 멈출 때까지 자세를 바꾸지 않도록 한다.
/박민영기자 양준호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