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피자가게로 변신한 런던의 공중전화 부스 모습. /Julio D Davila 트위터 캡처
공중전화 부스가 영국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휴대전화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오히려 광고판이나 미니 카페 등 다양한 용도로 변신에 성공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230일 뉴욕타임스에 잉글랜드 및 웨일스 등의 지역에서는 공중전화 부스를 세우겠다는 신청 건수가 몇 년 전에 비해 900% 많아졌다. 런던 도심인 웨스트민스터 지역에만 지난 2년간 300개의 신규 및 대체 부스 신청 건이 제출됐다.
시대를 역주행하면서 공중전화 부스가 많아지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있다. 런던 중심부 일부 지역에는 현재 100피트(약 30.48m)마다 부스가 서 있는데, 통신회사들이 원하는 대로 할 경우 50피트마다 세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현재 런던에서는 공중전화 부스를 없애려는 도시계획입안자들과 오히려 늘리려는 통신회사 사이에 ‘전투’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의 공중전화 부스는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국영통신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민간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영국 현행법상 지역 위원회가 특정 장소나 디자인에 대해 확실한 반대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합당한 면허를 가진 회사가 공중전화 부스를 계속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들어서는 공중전화 부스 ‘인링크(InLink) 키오스크’에는 전화기 외에도 인터넷이 연결된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수제 맥주나 신용카드 광고 등이 나오는 터치스크린 지도가 있다. 웨스트민스터 자치의회 기획실장 존 워커는 “부스의 상당수는 전화기가 달린 광고판이다. 도시경관을 해치는 오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신회사들은 자신들이 거리의 구식 부스를 없애고 시민과 여행객들에게 도시를 살펴볼 수 있는 신식 기기를 제공했으며, 이 결과 통화량과 터치스크린 사용량이 늘었다고 주장한다. 브리티시텔레콤의 후신인 BT 관계자는 자신들이 현행 계획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치의회가 원하지 않으면 부스 철거를 동의한다고 밝혔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