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전쟁의 파고에 흔들리는 중국이 7일간 이어지는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애국심 고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국경절을 맞아 상무위원 7명이 총출동한 각종 행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이달 중 예정됐던 미국과의 외교·안보대화를 취소하는 등 미국에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일 관영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공산당 상무위원 7명과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전날 개최된 건국열사 헌화식과 국경절 리셉션에 참가했다.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셉션에는 중국 지도부와 국내외 귀빈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어 국경절 당일인 1일 새벽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국기 게양식에는 중국인 관광객 11만명이 몰렸다. 중국 당국은 국경절 리셉션을 처음으로 외신에 공개했으며 국기 게양식 역시 예년과 달리 전 과정이 CCTV를 통해 생중계됐다.
현지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 지도부는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부추길 수 있는 국경절 연휴를 이용해 선전활동을 강화하는 모습”이라며 “대미 무역전쟁의 와중에 내부 결속을 강화하며 시진핑 리더십을 부각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말 예정됐던 워싱턴 미중 무역협상을 거부한 데 이어 이달로 예정됐던 2차 미중 외교·안보대화도 사실상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고위 정부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10월 중 열릴 예정이었던 외교·안보대화를 취소했으며 대화 재개 여부와 시기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1차 대화는 지난해 6월 미 워싱턴DC에서 열렸으며 올해 2차 대화에서는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리쭤청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참모장을 만날 예정이었다.
중국의 미중 외교·안보대화 거부는 지난달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와 남중국해 등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의 미군 군사작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달 말 동중국해에 전략폭격기 B52를 파견해 일본 자위대와 연합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 미 해군 소속 구축함 디케이터호를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게이븐과 존슨 암초 12해리 부근으로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다. 시 주석이 지난달 30일 군부대 시찰 중 직접 무장헬기에 탑승하는 사진을 보도하는 등 강군사상을 강조하는 것도 자칫 동요할 수 있는 민심을 다잡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중국 공산당이 전면적인 당의 사회 장악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