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韓, 정치적 압력이 원전발전 저해"

"신고리 4호기 유휴상태 방치
하루 15억 달하는 손실 발생"

한전이 수주해 지난 3월 건설이 완료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전경. /연합뉴스


한국의 원전 산업이 정치적 압력 탓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영국 유력 매체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FT는 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원전의 단계적 폐지 방침이 한국의 원전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그 근거로 울산 울주군 해안가에 있는 한국의 최신형 원자로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완공 후 기술심사까지 마쳤지만 정부의 운영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1년 넘게 유휴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FT는 3조5,000억원이 투입된 신고리 4호기가 가동하지 못하면서 하루에 15억원에 달하는 기회손실액이 발생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신문은 신고리 4호기가 가동되지 못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는 계획과 관련된 것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이 늦어진 다음달에는 정부의 운영 허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거의 10년 전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한 것과 같은 모델인 신고리 4호기에 대한 승인이 오랜 기간 지연되는 것에 대해 원자력 업계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FT에 “정부의 반(反)원전 정책으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며 “이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오랜 지연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시장 규모가 240억달러(약 26조6,000억원)에 달하는 한국의 원자력 산업은 저렴한 전력을 공급하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24개 원자로에서 국내 에너지 수요의 3분의1을 생산하고 있다고 FT는 소개했다. 이는 세계 6위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확대하는 것은 물론 2060년까지 원자력발전을 완전히 없애는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난에 대한 공포와 소비자가 더 많은 전기요금을 감당해야 한다는 불안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탈원전 우려 사례로 한전이 올 상반기 1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꼽으면서 이는 원자력보다 두 배 가까이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으로 급속히 전환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FT는 또 한국 정부가 한전의 원전 수출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호주 시드니 소재 헤이베리글로벌펀드의 매슈 블럼버그 애널리스트는 “한국 정부의 정책은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한전의 원전 수출 역량을 위태롭게 만든다”며 “잠재적 고객들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의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한국 원자력 산업이 원전 수출에 장기간 실패한다면 결국 인재 유출에 직면할 수 있다고 FT는 경고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