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비판해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로써 나프타는 체결된 지 4반세기 만에 명패를 바꿔 달고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나프타 재협상을 마무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향한 무역 압박에 더욱 전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캐나다는 9월30일(현지시간) 나프타 재협상 타결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멕시코를 포함한 3국 간의 새 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ㆍUSMCA)’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나프타를 대체하는) 새롭고 현대화된 무역협정에 합의했다”며 새 협정이 ‘견실한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의 나프타 폐지 위협 속에 시작된 재협상이 13개월여 만에 완전히 타결됨에 따라 지난 1994년 체결된 나프타는 이르면 내년에 3개국 의회 비준을 거쳐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8월 하순 멕시코와 재협상을 타결했으나 이후 한 달 넘게 이어진 캐나다와의 최종 협상은 양국 간 간극이 커 결렬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측이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이날 자정(한국시각 1일 오후1시)을 불과 두 시간 앞두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심야 각료회의를 소집해 최종 협상안을 추인하기로 하면서 공동성명이 극적으로 발표됐다. 미국은 새 멕시코 정부가 오는 12월1일 출범하기 때문에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멕시코 대통령의 임기 중인 11월 하순 서명을 목표로 이날까지 캐나다가 동참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캐나다를 새 협정에서 제외하겠다고 압박해왔다.
NYT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의 집요한 요구에 낙농업 분야의 고율 관세를 낮추는 등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합의안에 동의했지만 미국이 멕시코와의 협상에서 관철했던 무역분쟁해결위원회 폐지는 캐나다 측 주장대로 유지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올렸다. 특히 캐나다는 막판까지 미국의 수입차 및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서 자국과 멕시코의 면제를 요구해 협정 부속서 형태로 미국 측의 무관세 혜택을 보장받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다만 캐나다가 연간 260만대까지만 승용차 관세를 면제받는 쿼터를 수용함에 따라 미국 측이 지난달 24일 FTA 개정안에 서명한 한국에도 완전 면제보다 쿼터 적용을 요구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 들어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부과해온 25%와 10%의 추가 관세도 나프타 재협상 합의 대상에서 빠져 별도의 트랙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정부가 나프타 재협상 타결에 “매우 고무됐다”며 자유무역에서 캐나다가 빠질 것을 우려했던 미 재계도 호재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나프타 개정안이 앞으로 유럽연합(EU)·일본과의 협의를 앞둔 미국 무역협상의 ‘교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미국이 최대 숙제인 나프타 재협상을 끝냄에 따라 중국과 진행 중인 무역전쟁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거센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전 트위터에서 “우리의 데드라인이었던 지난밤, 우리는 캐나다와 환상적인 새 무역협정을 타결했다”며 “이 협정은 나프타가 가졌던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미국의 농부들과 제조업자들에게 더욱 개방된 시장을 선사할 것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축하를 보낸다”고 밝혔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