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이 그린벨트 해제 없이 종로 등 도심 내 업무용 빌딩에 임대·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9·21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시와의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직권으로 서울 강남권 등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 없는 도심 주택공급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유럽을 순방 중인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린벨트를 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주택공급을 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도심은 주로 업무 빌딩이어서 저녁에 텅텅 비어있는데 도심에 들어서는 높은 빌딩 일부를 공공임대나 분양주택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단 분양이 많아지면 가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공임대를 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층수는 경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대주택을 중산층에게도 공급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임대주택을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중심으로 공급해왔는데 앞으로는 중산층에게도 제공해야 한다”며 “대신 임대보증금을 더 높게 받아 추가로 공공임대를 더 짓는 재원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중산층 임대주택 공급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시장은 도심과 떨어진 외곽에 계속해서 주택공급을 해 집값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 주거정책은 계속 외곽에만 주택을 짓도록 했다”며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데 한 시간반, 두시간이 걸리니 젊은 직장인들이 몇억원 빚을 내서라도 서울로 들어오려고 한다. 이에 도심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 ‘9·21대책’에서 상업지역 주거용도 비율을 80% 이상 늘리고, 주거 부분의 용적률을 400%에서 600%로 상향하기로 했다. 준주거지역 용적률도 임대주택을 용적률 초과 부분의 50% 이상 지을 경우 국토계획법상 상한인 500%까지 허용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서울시가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한 뒤 시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서울시내에 주거 상업 업무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건물이 들어설 전망이다.
한편 박 시장의 이번 발표로 그린벨트를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갈등 불씨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서울시의 반대로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일단 빠졌다. 그러나 정부는 “필요할 경우 직권으로 서울 그린벨트를 풀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