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왼쪽)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3월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총 200G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욕=블룸버그통신
‘석유 없는 미래’를 내걸며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를 짓겠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계획이 잠정 중단됐다.
9월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오는 2030년까지 2,000억달러(약 222조원)를 투자해 200G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을 보류했다. 지난 3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6개월 만에 해당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석유산업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구조를 최첨단으로 바꾸겠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장기목표 중 하나로 추진됐다. 2016년 발표된 국가혁신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기점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사우디의 경제개혁을 앞당기겠다는 의도였다.
■태양광발전 사업 중단 이유는
막대한 비용 조달이 큰 걸림돌
소프트뱅크와 파트너십 문제도
사우디가 초대형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 제동을 건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비용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사우디 정부와 소프트뱅크는 당초 이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사우디국부펀드가 소프트뱅크와 공동 조성한 1,000억달러 규모의 비전펀드를 통해 올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이 돈이 온전히 투입됐는지도 불투명해 사우디 정부로서는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앞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아무도 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가 조용히 사장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양측이 도출한 합의안의 ‘모호함’도 문제로 지적된다. WSJ는 “느슨한(loose) 합의”라며 “2030년 전력생산 목표량 달성을 위해 양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행 노력을 기울일지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았고 발전량 일부를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빈 살만 왕세자를 중심으로 사우디 정부가 다른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눈독을 들이면서 태양광발전 프로젝트가 주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이달 말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투자회의에서 보다 광범위하고 실용적인 재생에너지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WSJ는 “태양광발전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추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우디와 소프트뱅크의 협력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