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부동산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부서 간 칸막이를 낮추고 있다. 기존에 부동산 대체투자에 나서지 않던 부서들도 투자매물 찾기에 뛰어들고 있다. 딜소싱 채널을 다양화하고 내부 경쟁을 통해 투자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다만 부동산 대체투자에 비전문 부서들까지 참여하면서 과열 경쟁 및 부실 투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부동산 대체투자 부서 간 영역 파괴에 돌입했다. 하나금융투자가 대표적이다. 하나금투는 총 5개 본부(자본시장본부·투자금융1~2본부·부동산금융본부·글로벌사업본부)로 구성됐는데 이 중 전통 IB 영역인 자본시장본부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본부가 사실상 부동산 대체투자에 나섰다. 기존에는 부동산금융본부를 메인으로 대체투자는 투자금융 1본부의 대체투자실, 해외 부동산 투자 등은 글로벌사업본부가 진행했다. 하지만 하나금투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익이 나는 투자자산을 찾기 위해 오픈 R&R(Role & Responsibility)로 영역을 파괴했다. 부동산금융본부가 개발사업 외에도 해외 오피스 투자, 인프라 투자까지 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글로벌사업본부가 주도해 국내 대형 오피스 투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영역 파괴에 나선 지 오래다. 미래에셋대우는 IB 1~3부문 중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 기업공개(IPO) 등 전통 IB 영역의 IB 1부문 외에 2부문과 3부문 모두 부동산 대체투자를 한다. 명목상 2부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3부문은 인프라 투자 및 인수금융 등 하이브리드형 투자로 구분해놓았다. 과거에는 2부문이 딜을 소싱하면 3부문이 금융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사실상 경쟁체제다. 2부문과 3부문이 각각 딜을 소싱한다. 협업하면서 동시에 경쟁한다.
NH투자증권 역시 다르지 않다. IB 2부문이 부동산 및 대체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금융본부 역시 해외 인프라 등 다양한 투자자산에 관여하고 있다. 전통 부동산 투자 강자인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최근 들어 부동산 투자 확대를 천명하고 다양한 사업부에서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 담당 부서에서도 부동산 대체투자 인력을 모집할 정도로 영역 파괴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영역 파괴를 통해 부동산 대체투자를 강화해 단기간에 IB 부문 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행보로 본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딜소싱 채널이 다양해진 만큼 투자기회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IB 출범 등으로 주요 증권사들의 자금력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온 만큼 딜소싱에서 투자 성패가 갈리는 것도 이유다.
다만 일부 증권사에서는 과열 경쟁 및 부실 투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에 대체투자를 하지 않던 부서가 실적 압박에 기대수익률이 낮은 부실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심의에서 부결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옥석 고르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2~3년 뒤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도원·김상훈기자 theone@sedaily.com
**시그널 10월1일 오전8시47분 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