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투자가들이 최근 삼성그룹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바이코리아(Buy Korea)’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대표주인 만큼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매수세가 증시 전반에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역분쟁·환율 등이 변수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그룹주를 집중 순매수했다. 최근 10거래일 동안 순매수 상위 종목 중 1·2위를 삼성물산(028260)(6,065억원)·삼성전자(2,910억원)가 차지했다. 삼성SDI(006400)·삼성엔지니어링(028050)·삼성에스디에스(018260)도 각각 968억원, 688억원, 647억원씩 순매수했다. 다만 꾸준히 오른 삼성전기(009150)만 2,94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38% 오른 만큼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실적이 탄탄한데다 지난달 삼성전기·삼성화재의 지분(4%) 매각으로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부담이 사라지면서 외국인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서초동 사옥 매각으로 실탄(7,000억원)도 마련하는 등 투자의 모든 요소가 긍정적이지만 주가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수주 회복세, 삼성SDI는 2차전지 업황 개선이 기대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삼성전자 순매수에 관심이 크다. 외국인은 지난 6월 1조1,036억원, 7월 2,834억원어치 삼성전자의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8월부터는 조금씩 매수세가 회복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에도 여전히 사상 최고 실적 경신이 기대된다는 점, 올 들어 주가가 8% 이상 하락했다는 점 등이 매력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배당 기대감도 더해졌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2개월 예상 현금 배당수익률은 코스피 평균(2.8%)보다 높은 4%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는 ‘바이코리아’를 가늠하게 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종목, 우리나라 산업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업종의 상징주인 만큼 한국 증시에 투자할 때 삼성전자부터 사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의 방향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외국인은 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528억원 순매수했지만 지난달에는 2,974억원을 순매도했다. 무역분쟁·환율 등의 변수 때문에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환율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무역분쟁의 영향력이 정점을 넘어서면서 달러화가 과도하게 상승한 부분도 되돌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