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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網) 중립성’(Net Neutrality) 완화 논의가 본격화하자 통신·포털 등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정 제휴 콘텐츠의 전송 속도를 높이는 인터넷 ‘패스트 트랙’이 생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지만, 불공정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향후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민·관·연 5G 통신정책협의회 첫 회의에서는 망 중립성과 제로레이팅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는 망 이용료와 처리 속도 등에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하고 있다.
제로 레이팅은 인터넷 사업자와 콘텐츠제공자가 제휴를 통해 특정한 콘텐츠의 데이터 과금을 막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업계는 차세대 이동통신 5G 도입을 앞두고 망 중립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망 중립성이 완화되면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특정 사업자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올리거나 늦출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4G 시대 구글, 네이버 등 대형 포털업체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네트워크 투자 부담은 통신사가 졌다”며 “5G 시대에는 콘텐츠를 가진 플랫폼 업체들의 힘이 더욱 커지는 만큼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협의회에서도 과도한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콘텐츠제공자(CP)에는 속도 지연을 허용하되 중소 CP에 한해 고속망(Fast Lane)을 제공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반면 포털업계는 과도한 부담 증가를 우려하며 망 중립성 완화에 반대한다. 이미 수백억원의 망 사용료를 부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16년 기준 네이버는 734억원, 카카오는 약 300억원을 망 사용료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재필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미국 전자프런티어재단(EFF) 재단도 5G 시대에는 망 사업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갈수록 줄면 줄었지 느는 구조가 아니라고 분석한 바 있다”며 “특히 망 중립성이 완화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이 망 비용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로레이팅 역시 망 중립성 완화처럼 중소업체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사업자와 서비스 제공업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비용 분담이 어려운 중소업체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콘텐츠 시장에서 통신사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는 만큼 사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망 중립성 완화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여권 쪽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상 방송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도 후보 시절 망 중립성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며 “망 중립성 완화는 일부 콘텐츠 업체의 독점적 지위만 강화하는 부작용을 낼 수 있는데 정부 일각에서는 망 중립성 완화가 다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망 중립성 폐지에 앞장선 미국도 진통을 겪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올해 6월 미국 전역에서 망 중립성 원칙을 공식적으로 폐기했지만 지난 30일 캘리포니아주는 서비스 차별을 막는다는 이유로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서비스 차별 금지, 차단 금지 등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어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