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국가책임제를 이끌 치매안심센터가 치매 검진을 담당할 의사와 임상심리사 등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센터 종사자 약 10명 중 7명은 무기계약, 기간제 등으로 일해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치매안심센터 256곳 가운데 인력과 시설을 제대로 갖춰 현재 정식 개소한 곳은 58곳에 불과하다. 치매안심센터 핵심 업무인 치매 조기검진 인력도 태부족이다. 1차 선별검사에서 인지저하로 분류된 노인에 대해서는 치매 진단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 검사는 임상심리사 또는 훈련을 받은 간호사가 맡아야 하며, 검사를 거쳐 센터가 고용하거나 위촉한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최종 평가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 8월 현재 고용된 임상심리사는 43명에 불과하며 47개 센터는 협력의사도 위촉하지 못한 상태다. 또 일부 센터는 가정의학과, 내과 등 타 과목 전문의를 협력의사로 위촉했다.

전문가들은 임상심리사와 협력의사 충원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치매 관련 지식이 부족한 다른 과목 전문의가 치매 여부를 평가할 경우, 조기 검진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채용인원은 센터장,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 2,517명으로 센터당 평균 10명 정도다. 이는 센터당 25명을 고용하기로 한 정부의 당초 목표를 40%가량 달성한 데 그친 수준이다. 고용 상태도 불안하다. 2,517명 가운데 무기계약직·기간제 근로자는 52.7%에 달한다. 여기에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과 비상근으로 고용된 인원까지 포함한다면 종사자 71.3%는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것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상담, 치매 조기검진, 일대일 사례관리, 치매단기쉼터·치매카페 운영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를 통합 지원하는 기관으로 현 정부의 대표적인 노인복지 정책이다. 정부는 올해 건립예산 1,234억원과 채용예산 1,035억원을 배정해 전국 256개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6,000여명의 인력을 채용해 센터 운영을 본격화할 예정이었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이유에 대해 간호사 단체 등에서는 “현실적으로 전문인력을 단기간에 대규모로 채용하는 일이 어렵고 고용 조건도 열악해 전문인력이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김명연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당시 치매안심센터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며 단계별 추진을 요구했으나 정부·여당이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했다”며 “정부 계획만 믿고 기대하던 치매 가족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