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과연 공평한가?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은 덧없는 운명의 장난에 크게 회의를 느낀 듯하다. 그가 49세 되던 해 별다른 친분도 없는 ‘이릉’이라는 젊은 장수를 소신에 따라 변호했다가 한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고 평생을 살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는 하소연 하듯이 이렇게 얘기했다. "천도는 공평무사하며 언제나 착한 사람 편이라고 했거늘, 백이 숙제와 같은 착한 사람이 굶어 죽고, 공자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안회는 술지게미나 쌀겨도 배불리 먹지 못하고 가난 속에 요절하였다. 반면, 도척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쳐 먹었으며 수천 명의 도당을 조직하여 한없이 나쁜 짓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천수를 누렸다. 그럴진대 과연 천도란 것이 존재하기나 한 것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 일이란 뜻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늘 공평한 것도 아닌 듯 싶다.
살다보면 왜 내가 하는 일만 잘 안되지? 왜 하필이면 나지? 남들은 다 잘 되는데 왜 나만 뒤쳐지기만 하지? 하면서 세상을 원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세상 일이 늘 순리대로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의 순리는 원래 그런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확실성의 자연법칙
재미있는 것은 자연의 법칙은 늘 정확하고 논리정연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물리학계를 뒤흔든 양자론(量子論)에 의하면 세상은 확률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뉴턴이 주장하는 고전역학에서는 모든 일들이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주어진 원인에 의해 그 결과가 나타나고, 그 결과는 늘 예측 가능한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원자 이하의 작은 미시 세계인 아원자(亞元子) 세계로 들어가면 고전역학에서의 ‘공식대로, 순리대로’라는 믿음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즉, 언제 어디서 전자가 관측될지는 오직 확률에 의해서만이 정해질 뿐이고, 뉴턴의 물리법칙처럼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이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모두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물질을 구성하는 아원자 세계는 온통 불확실성이 지배한다고 하니 실상 세상 모든 사물의 바탕에는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그런 현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반박하려고 하였지만 끝내 무산되고 그가 주장하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란 말은 끝내 증명되지 못하였다.
갈수록 불확실한 현실
지금 세상을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한다. 정말 요즘에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하고 이러한 것들이 끊임없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2045년이 되면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해 폭발적인 성장의 단계에 이를 것이며 이후에는 완전히 새로운 문명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이전 세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운칠기삼
필자는 학교에 있다 보니 학생들로부터 이런저런 상담이나 고충을 듣게 되는데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지금 무얼 준비해야 하는지 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해답을 찾기 어려운 얘기이고 나 자신도 그 해법을 찾지 못해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운칠기삼(運七氣三)을 예로 들어 학생들을 안심을 시키려고 한다. 세상 일 중에서 70%는 어쩔 수 없는 운에 의해 좌우되니 고민하지 말고 현실로 받아들이되, 남은 30%의 노력을 열심히 하면 70%의 운이 올 때 자신에게 유리하게 인생을 설계할 수 있으니,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기삼(氣三)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상황이 어지러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세상이 어디로 향해갈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지금 충분히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 가며 기삼(氣三)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