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 있는 아리티 사무실 내 프로그래머 워크스테이션과 콘퍼런스 룸이 모여있는 복도 한 가운데에는 2012년식 포드 피에스타 Ford Fiesta가 놓여있다. 아리티는 보험 대기업 올스테이트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머천다이즈 마트 Merchandise Mart에 위치한 올스테이트 이노베이션 허브 8층에 이 미니 세단을 올려 놓았다. 차량 무선 인터넷 서비스 텔레매틱스 telematics 의 작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텔레매틱스는 수 백만 대의 현대식 자동차 컴퓨터가 생성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는 기술이다. 아리티의 사장 게리 홀그렌 Gary Hallgren은 “이제는 엔지니어들이 전시된 피에스타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1년 새 사무실 직원들이 두 배로 늘어난 탓에, 차를 다시 화물 엘리베이터로 옮길 공간도 마땅치 않다. 홀그렌은 “아마도 차를 분해해야 사무실에서 빼낼 수 있을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피에스타는 아리티의 성장을 상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회사는 엄청난 양의 운전정보를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 보험사가 나아가야 할 기술 중심적 비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기도 하다. 당신이 운전자로서 생산하는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며, 차량(소유)은 그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아리티와 올스테이트는 ‘향후 10년간 어디서든 이용 가능한 승차 및 차량 공유 서비스 때문에 차량 소유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 믿고 있다. 이런 추세는 차량 소유와 보험료가 밀접하게 연관된 보험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수도 있다. 아리티는 현재 개인 운전정보를 수집 및 분석하고 있다. 차량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가와 관계 없이, 언젠가 이런 정보를 통해 보험료를 탄력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존 상품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런 상품들은 올스테이트의 경쟁력을 유지하게 해줄 것이다. 올스테이트의 CEO 톰 윌슨 Tom Wilson은 “우리는 고객들이 필요한 바로 그 순간, 보험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아리티는 텔레매틱스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포드 피에스타를 사무실에 들여놓았다(사진 안 인물은 게리 홀그렌 사장). 이 같은 노력이 현재 모기업 올스테이트의 새 사업모델 구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사진=포춘US
보험사들은 ‘사용 기반 보험(UBI, usage-based insurance)’을 활성화 하기 위해, 오랫동안 텔레매틱스를 활용해왔다. 차량 대시보드 장치와 앱을 통해 정보를 공개한 운전자들에게 보험료 할인을 제공했다. 만일 운전자가 자주 운전을 하지 않고, 과속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는 위험한 운전 습관을 갖고 있지 않다면, 프로그레시브 Progressive의 스냅숏 Snapshot이나 스테이트팜 State Farm의 드라이브 세이프 & 세이브 Drive Safe & Save, 올스테이트의 드라이브 와이즈Drivewise 프로그램을 통해 보험료를 5~15%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설립돼 현재 35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한 아리티가 이젠 주요 보험사 중 텔레매틱스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한 업체로 부상했다. 이 회사는 보험의 범위와 전문성 측면 모두에서 기술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수익성이 좋은 베팅은 아니었다: 아리티는 지난해 매출 7,900만 달러와 1,5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텔레매틱스 데이터가 양적·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 그런 상황은 바뀔 수 있다. 홀그렌은 “차량과 휴대전화는 모두 정확한 정보 수집이 가능한 아주 많은 센서들을 탑재하고 있다”며 “둘 다 무선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그 정보를 실시간 전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최종 결론은? 아리티는 매달 10억 마일의 운전자 신규 운행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그와 함께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드라이브와이즈Drivewise가 수집한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도 축적하고 있다.
아리티는 어떤 행동들이 사고 위험과 관련이 있는지 좀 더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거기서 얻은 알고리즘이 은행 신용등급과 비슷한 ‘운전자 점수’를 산출하는 기반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운전자가 차량을 바꿔도 그의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보험사가 고객의 주소와 결혼 여부, 차량 모델 같은 전통적 요소보단 개인의 행동 양식에 따라 새 보험상품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아리티는 이미 기업 고객들에게 운전사들의 ‘점수’를 매기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트럭 운송 서비스업체와 몇몇 차량공유 기업(4개 주에서 기사들에게 보험을 제공하는 우버 등) 외에도 자사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지 못한 다른 보험사들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노스 캐롤라이나에 소재한 내셔널 제너럴 National General 보험사가 정보 수집과 운전자 평가를 위해 아리티를 고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업보단 일반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마케팅 정보회사 J.D. 파워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 중엔 단 10%만이 UBI보험 상품에 가입돼 있다.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 탓이다. 하지만 아리티는 주저하는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추가 기능(add-ons)’을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드라이브 실드 Drive Shield는 운전자들에게 사고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로 구간이나 우회 가능한 다른 도로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또 다른 기능은 운전자들이 운전 중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때 이를 감지해 주차 후 운전자가 한눈을 팔았었다는 경고를 보내준다. 더 나은 운전 습관을 장려하기 위해서다(휴대폰에 탑재된 가속도계는 정말 정확하고 민감하다: 윌슨은 “우리는 어느 손으로 휴대폰을 만졌는지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건 사생활 침해가 될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올바른 운전 습관 유도가 더 낮은 보험료로 이어진다면, 고객들은 ‘상쇄효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단지 보험료만 절약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홀그렌과 윌슨은 ‘교통 효율성이 20%만 제고돼도(대부분은 차량 공유 증가로 인한 효과다), 가구당 연간 3,000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이 보험사의 매출을 잠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전자 점수가 필수 요소로 정착된다면, 결국 아리티와 올스테이트는 결국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번역 두지현 dj9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