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최고의 음악영화 탄생이다. 스타 탄생기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진솔한 사랑 이야기인 ‘스타 이즈 본’이야기다.
명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이자 레이디 가가가 첫 장편 주연을 맡은 영화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작사·작곡부터 놀라운 가창력까지 재능을 갖췄지만 외모에는 자신이 없는 웨이트리스 앨리(레이디 가가)는 작은 바에서 공연을 하다가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을 만나게 되고 잭슨은 앨리의 실력을 단번에 알아본다. 오랜 세월 고음의 앰프 소리에 노출돼 청력이 마비되고 이명현상까지 겪는 잭슨은 앨리를 통해 부서진 삶을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고 이후 잭슨이 앨리를 자신의 콘서트 무대로 초대하면서 앨리는 최고의 스타가 된다. 데뷔 직후 앨리는 그래미상 3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신인상까지 거머쥐지만 철저한 스타 시스템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가는 앨리를 보며 잭슨은 고통받게 되고 잭슨의 음주 만행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된다.
이 작품의 힘은 한 옥타브 안에서 자기만의 열두 음을 내려는 두 인물의 분투 속에서 나온다. 이미 최고의 아티스트에서 꺾여버린 남자 주인공이 재능 넘치는 여성을 스타의 위치로 이끌어준다는 스토리라인과 음악 영화라는 특성은 ‘비긴 어게인’과 비슷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나약함, 그리고 그 나약함을 강한 의지로 바꿔주는 사랑에 집중한다.
기존의 음악영화 문법을 벗어난 점도 칭찬할만하다. 보통의 음악영화는 음악이 시작되고 나면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듯 청각적으로 다른 세상이 된 것처럼 바뀌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브 연주가 이어지도록 해 장면의 현실감을 높였고 음악을 통해 느끼는 감동도 배가시켰다.
연기부터 연출, 각본까지 도맡은 브래들리 쿠퍼, 첫 장편 주연에 작사·작곡까지 해낸 레이디 가가 모두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다. 쿠퍼는 풍부한 음색을 지닌 가수 잭슨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본래 목소리보다 한 옥타브 낮은 목소리를 연습했고 음악 레슨도 받았다고 한다. 콘서트 현장의 열기부터 아티스트의 떨림까지 1인칭 시점에서 고스란히 담아낸 카메라 문법도 유려하다. 특히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눈을 맞추는 장면을 48프레임으로 찍어 마치 두 사람만을 위해 시간이 늘어난 듯한 느낌을 주고 두 사람의 감정선을 카메라가 대신 이야기해주듯 친밀감을 포착해낸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화룡점정은 무엇보다 음악이다. 대부분의 OST는 레이디 가가가 쓰고 불렀지만 브래들리 쿠퍼 역시 일부 곡을 공동 작곡하고 함께 불렀다. 두 사람을 처음 이어준 ‘셸로우(Shallow)’부터 ‘괜찮나요(Is that alright?)’ ‘사라질 때(Maybe it’s time)’ 등 주인공들이 매순간 느끼는 두려움과 희망, 꿈을 담은 가사에 중독성 짙은 멜로디의 OST가 상영 시간 내내 귓가를 맴돈다.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는 관객들이 실제 콘서트 현장의 관객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영화 속 노래 장면을 립싱크가 아닌 실제 라이브로 부르기로 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11곡의 노래 모두 촬영 당시 직접 라이브로 불렀다. 특히 실제 최고의 팝 아티스트들만 서는 로스엔젤레스 그리스 극장, 더 포럼,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직접 노래했고 코첼라 뮤직페스트벌, 스테이지코치 뮤직 페스티벌, SNL까지 현장에서 촬영했다.
영화 속 잭슨은 앨리에게 끊임 없이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주문한다. 확실한 것은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 두 사람 모두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진심을 이 영화에 100% 담았다는 것이다. 순도 100% 진심은 수려한 언어와 음악도, 감각적인 카메라 워크도 뛰어넘는다. 9일 개봉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