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처리장치(CPU) 품귀 현상이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희소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PC가 반도체 칩이 많이 들어가는 고사양 제품으로 급속히 교체되면서 CPU 부족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인텔의 발표 때문이다. 인텔의 입장 발표 전만 해도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기 위해 생산라인을 전환하고 있는 인텔이 ‘수율 맞추기’에 실패했다는 우려가 시장에 만연했다. PC 생산이 줄어드는 만큼 메모리 칩 수요도 감소해 가뜩이나 업황 하강 우려에 시달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등장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CPU 품귀가 예측을 훨씬 웃도는 고사양 PC의 수요 급증 때문”이라고 밥 스완 인텔 최고재무관리자(CFO)가 직접 발표하면서 시장의 기류는 180도 바뀌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2일 “20나노미터대 공정에서 10나노대 공정으로 생산라인을 바꾸고 있는 인텔이 신규 공정 전환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관측이 있었는데 인텔이 이를 일축했다”며 “메모리 업체로서는 PC향 칩 수요가 살아나는 것이라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사 인텔의 CPU 공급이 단기적으로 부족하더라도 국내 기업은 메이저 수요처로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D램의 주요 수요처별 비중을 보면 PC는 20.3%(올 상반기 기준)로 모바일(33.7%)과 서버(27.5%)에 밀린다. 낸드 부분에서 PC 비중도 15% 수준이다. 성장성은 이보다 격차가 더 난다. PC 시장 자체가 2011년 이후 계속 쪼그라든 탓이다. 하지만 올해 PC 시장이 7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메모리 업체도 반색할 것으로 보인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태블릿이 PC를 대체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업무용으론 PC만 한 게 없다고들 느끼는 거 같다”며 “특히 고 사양 PC 교체 주기가 5~7년이었는데, 최근에 대량으로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현재 정보기술(IT) 기업 대다수가 PC 수요 감소를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공급 계획을 짜고 있는데 PC 수요 개선이 계속된다면 PC향 메모리 역시 공급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